수도권에 산다는 것, 서울대를 다닌다는 것. 나에게는 그저 다양한 일상 중 한 가지로 여겨지는 이것들이, 특별함을 넘어서 어쩌면 권력을 쥐고 다른 사람들을 착취하는 것들일지도 모르겠다.
《어느 대학 출신이세요?》는 책의 부제이기도 한 '지방대를 둘러싼 거대한 불공정'을 다룬다. <단비뉴스>(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의 비영리독립언론)에 연재된 기사들을 단행본으로 묶어낸 이 책은 1부와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지방 청년은 꿈조차 꿀 수 없나?'는 혐오, 취업, 이등시민, 수도권 상위권 대학의 재정 독식 등 지방대학과 지방대학생이 겪고 있는 문제들을 다루고, 2부 '누구나 꿈꿀 수 있어야 한다'는 서열 타파, 대학의 공공성 제고, 사회 불평등 문제 해소 등 해결방안들을 논하는데, 1부와 2부 모두 큰 주제는 지역균형발전으로 모인다.
'서울 공화국'이 표현하듯, 돈, 권력, 사람이 서울로 집중되고, 자연스레 의료시설, 문화시설 등 기본 인프라도 모두 서울에 쏠려 있다. 지방의 인재일수록 당연하게도 서울로 향하니, 기업도 수도권에 남아 '판교 라인', '기흥 라인'을 구축하며 지방 이전을 거부한다. 이 과정에서 지방의 대학에는 '지역의 인재'가 아니라 '서울로 가지 못한 사람'이 남게 되며 '능력주의'의 이름 아래 '노력하지 않았기에 열악한 처지가 마땅한 사람'이 되어 버린다.
여기에 극심한 불평등까지 더해지니 서울 집중은 악화한다. 수도권 대학을 나와 대기업에 취업한 자와 지방 대학을 나와 중소기업에 취업한(이마저도 성공한 케이스의 경우이다) 자 사이의 소득과 삶의 안정성은 크게 차이 난다. 사실상 서울로 대학 진학을 하느냐가 한 사람의 일생을 결정하니 모두가 목숨 걸고 달려들며, 지방에는 패배자만 남는 것처럼 만든다. 과거에는 지역의 거점국립대학들이라도 나름의 힘을 발휘했지만, 지금은 입학 정원보다 입학을 포기한 지원자의 수가 더 많을 정도로 지역의 거점국립대학들도 무너져버렸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책은 통합대학네트워크 등을 통한 대학 서열 타파, 공적 지원과 투명 경영을 통한 대학의 공공정 제고, 그리고 메가시티를 비롯한 다양한 지역균형발전 전략 등을 논한다. 하지만 역시나 가장 중요한 것은 불평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불평등 문제가 지속하는 한, 사람들은 상위권 대학 진학에 모든 것을 걸 수밖에 없기에, 서열 타파를 위한 방안들은 효과를 보기 어렵다. 또한, 대학 구성원이나 지역 시민도 학교 운영에 관심 갖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돼 참여를 통한 대학의 공공성 제고도 힘들다. 불평등이 심화한 상태에서 균형발전이 이루어지기도 어렵겠지만, 만에 하나 메가시티를 조성하더라도 차별받는 이등시민 지방대학생의 문제는 지역 단위로 나뉠 뿐, 해결할 수 없다.
따라서 대학 문제를 논할 때 불평등을 포함한 사회에 대한 논의가 항상 함께 해야 한다. 단순히 정시와 수시, 국공립대와 사립대를 넘어서 대학이 지금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지,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옳은지, 그리고 옳은 역할 수행을 위한 사회적 조건은 무엇이고 그에 따라 대학 체계가 나아가야 하는 방향은 어디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부실대학은 사라져야 마땅하다는 의견도 있겠으나, 부실대학이 부실해진 배경으로서의 사회 불평등을 논의할 필요도 크다.
다만, 수도권에 거주하며 서울대를 다니는 내가 이러한 고민을 하는 것이 정당한가. 그 유명한 대학 서열도 '중경외시'까지밖에 외우지 못하면서 대학 서열화를 논할 자격이 있나. 서열의 해체를 말하면서 '서울대' 이름이 지닌 모든 특혜와 권력을 내려놓을 자신이 있는가. 낮은 사람의 편에 서겠다는 것은 결국 지금은 낮은 위치에 있지 않다는 것인데, 나는 낮은 데 서겠다는 것인가 낮은 데를 내려다보겠다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