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이 왔습니다. 저에게 9월은 깊은 의미가 있습니다. 9월부터 12월까지 4개월 동안 요가 강사 자격증반을 듣기 때문입니다. 9월 2일은 요가 강사 자격증반 첫 수업이 있는 날이었습니다.
집과 가까운 곳에서 수업을 들어서 15분 전에 준비물을 챙겨서 나갔습니다. 가방에는 필기도구와 수건과 차가운 물이 든 텀블러를 챙겼어요. 얼마나 떨리던지요. 지난주에 원장님이 "다음 주면 수업 시작이네요?"라고 말할 때도 고개를 못 들겠더라고요.
수업을 들으러 갔는데 역시 집이 가까운 제가 제일 늦게 도착한 모양입니다. 매트를 깔고 스트레칭을 하면서 먼저 온 사람들을 둘러봤습니다.
함께 수업을 듣는 사람들은 총 10명인데요. 한 명이 남자고 다들 여자분들입니다. 첫 시간은 돌아가면서 자기소개를 했어요. 알고 보니 이 남자분 '전라도 전주'에서 인천까지 하타요가 강사 자격증 취득을 위해 올라오셨다고 합니다. 시외버스 타고 말이죠!
그런 소개를 들으니 제가 집에서 걸어서 15분 거리에 요가 학원에서 강사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는 게 정말 행운으로 느껴집니다. 다른 요가원을 찾아갈 필요가 없었어요. 가장 가까운 곳에 가장 좋은 선생님이 있었으니 말이에요.
저는 이 요가원에서 수련을 하는 중에 자격증반에 오게 되었는데요. 다른 분들은 다른 요가원에서 추천을 받거나 원장님이 운영하는 유튜브를 통해서 오셨더라고요.
10명 중에 강사 자격증을 이미 가지고 계신 분들이 5명. 저처럼 처음 자격증을 취득하는 분이 5명이었습니다. 이미 여러 개의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분들도 있었어요.
선생님들 사이에 앉아있다 보니 내가 여기 있어도 되나 싶었어요. 그런데 막상 수련을 시작하니 자격증반에서 더 동작을 천천히 자세하게 가르쳐 주는 것이었습니다.
오히려 일반 수업보다 느린 템포로 하나하나 숨을 쉬어가며 동작을 하니 집중도 더 잘됐어요. 요가를 더 배우고 싶은 마음으로 똘똘 뭉친 만큼 분위기나 에너지도 굉장히 좋았습니다.
그렇게 평소보다 끈기 있게 동작을 해내고 나니 얼마나 개운하던지요. 원장님이 말씀하시는 걸 들으며 나풀거리는 커튼을 바라보는데 그동안의 모든 것들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더군요.
20대 중반에 처음으로 요가 자격증에 대해 강사님께 여쭤봤을 때, "요가 생각보다 힘들고 강사료도 얼마 안 돼요. 하지 마요."라는 소리를 들었던 것. 내가 요가 강사가 되고 싶다고 말하자 "너 같은 저질 체력으로 가르치는 건 무리다."라고 말했던 전 남자 친구. 나에게 "골반이 삐뚤어져서 자연분만은 무리"라고 말했던 어떤 요가 선생님.
사실 그 시절에 제가 정말로 무리이긴 했습니다. 제 몸뚱이가 너무나 명확하게 그 정도 수준이었던 거죠. 그런데도 저는 그때부터 요가 선생님이 되고 싶었습니다.
바른 체형을 가지고 싶었고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수업하고 싶었고 뭔가 깨닫고 싶기도 했어요. 어깨에 만성 통증이 있던 저는 통증이 없는 삶이 어떤지 궁금했고요. 체력이 좋은 삶은 어떤 삶일지도 너무 궁금했습니다.
요가를 시작하고 햇수로 13년이 지났습니다. 정말 더디게 실력이 늘었습니다. 제가 자기소개에서 21살에 요가를 시작했고 받다코나아사나를 하는데 8년이 걸렸다고 말씀드렸더니 '헉'하는 분이 계셨어요.
[받다코나아사나] 무릎이 바닥에 닿기까지 8년이 걸렸습니다..
요가를 시작한 지 3년 만에 강사가 되신 분도 있었고, 무용을 하던 분은 요가를 시작한 지는 6개월 됐다고 하시더군요. 누군가에게는 작은 노력이면 할 수 있는 자세가 저에게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어요.
그럼에도 끝끝내 포기하지 않았고 시르사아사나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마침내 요가 강사 자격증반에 오게 되었고요.
바람을 맞는 그 순간 정말로 행복했습니다. 아, 내가 그리던 미래에 도착했구나. 사람들이 아니다 못한다고 해도 끝까지 하면 진짜 해낼 수 있는 거구나.
선생님들은 자세도 다 잘하고 완벽할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다른 자격증 있는 분들도 하타요가를 배우니 잘 버티시질 못하더라고요.
선생님들의 속사정도 술술 나왔는데요. 완벽한 줄 알았던 우리 원장님도 잘 안 펴지는 골반이 있고 자격증이 몇 개씩이나 있는 선생님도 시르사아사나를 완벽하게 못 서는 겁니다. 오히려 수업 때 잘 되는 쪽만 시범을 보여서 짝짝이가 된다는 분도 있었고요.
선생님들은 완벽하다고 믿었는데 그게 아니구나. 그 사실을 알았을 때 깨달음이 왔습니다. 나도 할 수 있을 거라는 깨달음.
저는 쉬운 동작에서 쩔쩔매고 있는 분들이 왜 그렇게 동작이 안되고 힘들어하는지를 알아요.
누워서 골반 들기를 하는데 원장님이 "초보분들은 엉덩이 밑에 블록을 받치고 올리는 연습을 하라고 해요. "라고 말했어요. 그런데 다른 분이 "저게 운동이 돼요? 그냥 편하게 쉬는 거 아니에요?"라고 하는 거예요.
저는 초보때 딱 그 동작을 하면서 죽을 것 같았거든요. 그 시절을 지나서 포기하지 않고 여기까지 온 나에게 정말 박수와 환호를 왕창 보냅니다.
오전반에 가면 저는 아직도 초보예요. 고수님들이 너무 많아요. 40대, 50대, 60대까지도 계신 것 같은데 다들 매일같이 요가원에서 자리를 지키세요.
저는 그 자리에서 명함도 못 내밀어요. 혹여나 제가 자격증을 딴다고 해도 그분들을 가르쳐 드릴 수는 없을 거예요. 그래도 조용히 혼자 강사 자격증을 따려고 공부를 하고 있어요. 마치 나머지공부처럼요. ^^
이제 무제한으로 강의를 들을 수 있게 수강권이 풀렸으니 매일 수업을 들어보려고요. 그럼 다음 주엔 2주 차 소식 전해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