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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요가 수행자 Oct 29. 2024

어제와 똑같은 하루를 다르게 시작하는 방법

하루를 살아가는 힘이 되는 아침

월요일이었습니다. 일어나 시계를 보니 7시 20분. 애초에 일찍 가려는 의지가 없는지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지각이 분명한 시각에 집을 나섰습니다. 온통 뿌연 안개가 끼고 미세먼지도 최악입니다. 그렇게 도착한 학교. 아, 우리 반 아이들이 미세먼지 최악인 운동장에 나와있습니다.


"얘들아, 교실로 가! 교실로!"

선생님이 지각을 하니 아이들도 아침부터 자유롭습니다.




꾸역꾸역 수업을 하고, 겨우 하루를 살아냅니다. 쉬는 시간 30분 동안 아침부터 온 쪽지들을 처리하고 간신히 5교시를 끝내고 아이들을 보냅니다.


아이들이 가고 4년 치 기초학력 감사 자료를 정리해야 합니다. 기초학력 예산이 적절히 사용되었는지 증명을 하랍니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해야 하는지 애매해서 간단히 할까 자세히 할까 고민을 하다가 결국 서류 번호를 전부 적어가기 시작합니다.


아주 잠시, 이렇게 일하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새벽 기상을 안 한지 2주쯤 되었습니다. 새벽 기상을 안 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졸음운전' 때문입니다. 새벽에 일찍 기상을 하면 기분은 좋지만 아침 운전을 하는데 무리가 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저는 임신 중 졸음운전으로 사고를 낸 경력이 있고, 지금은 그때 뱃속에서 교통사고를 당했던 아이를 매일 아침 카시트에 태우고 함께 출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무리하지 않고 푹 자기로 마음먹은 것입니다.



 

하지만 푹 자고 나니 내 시간이 없습니다. 일어나서 곧바로 출근 준비를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책도 읽고 모닝페이지도 쓰고 오늘 할 일을 적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내 시간'이 필요한 것입니다.


선생님이지만 학교에서의 시간이 '내 시간'으로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때로는 소음을 견디는 시간 같기도 하고 어떨 때는 아이들은 성장하는데 항상 그 자리에서 똑같은 내용만 가르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어제는 오랜만에 요가를 갔다가 시큰한 왼쪽 골반을 느끼며 걸어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한동안 괜찮았었는데 다시 몸이 틀어진 모양입니다. 걷다가 몸이 가벼워서 뛰어보기도 했습니다. 500미터 정도.


잠들 때만 해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12시가 되어 겨우 잠이 들었거든요. 하지만 왠지 모를 예감. 그 예감은 저를 아침 6시에 눈 뜨게 만들었습니다.


무엇이 나를 달라지게 한 것일까요? 요가? 아니면 달리기? 그냥 마음가짐?




6시에 일어나니 하루가 시작되는 것이 반갑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제일 먼저 명상을 하고 모닝페이지를 씁니다.


책을 읽으니 이렇게 행복할 수가 없습니다. 오늘 아침 읽은 책은 재테크 책입니다. 제가 알기 원했던 미국 ETF에 대해 자세하고 쉽게 적혀있었습니다.


신랑이 뒤늦게 일어나서 출근 준비를 하는데 신이 났습니다.


"여보, 여기 내가 알고 싶은 모든 게 전부 들어있어! 너무 재미있어!"




 흥분되는 마음으로 7시가 되었고, 신랑의 출근길을 배웅합니다. 그러고 나니 학교 가기 위해 준비하는 마음이 산뜻합니다. 어제의 나와는 전혀 다른 모습입니다.


오늘은 지각하지 않습니다. 운동장에 나와있는 아이들과 인사를 합니다. 미세먼지조차 맑음입니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같은 사람이지만, 전혀 다른 사람이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새벽 기상을 하느냐 마느냐가 아닙니다.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기상을 하느냐입니다.


괴로워하면서 새벽에 잠을 깬다면 이렇게까지 기쁘지는 않을지도 모릅니다. (실제로도 그런 기상을 이어간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기쁜 기상이라면 하루를 마법처럼 새롭게 만들 수 있습니다.


하루를 새롭게 시작하는 것은 나의 몸을 챙기고 나의 영혼을 챙겨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시간을 내는 것입니다. 그러면 나는 죽은 사람이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이 되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더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오늘의 즐거운 나를 기억하며, 부디 컨디션이 나쁜 날에도 잘 버텨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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