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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요가 수행자 Oct 25. 2024

살 것 같다, 살 것 같지 않다.

1인 1 화분, 화분의 운명

4월. 교실에 화분을 두었다. 교실에서 화분을 키우기는 처음이었다. 혼자 방과 후에 남아있기에 교실이 너무 삭막해 보였기 때문이다.


4월의 꼬꼬맹이들

더웠던 여름 방학에도 일주일에 두 번은 교실에화분에 물을 줬다. 그때 얼마나 더웠는지 화분 몇 개는 마른 잎이 생기기도 했다.


그리고 다시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 11개의 화분 중에서 딱 하나의 화분이 죽고 말았다.


 


살아생전 모습

죽은 화분 이름은 클루시아.


처음 교실에 왔을 때는 동글동글한 잎이 예쁜 아이였다. 과습 때문인지 뿌리가 모두 썩어버렸다. 원래 뿌리가 얕게 있었는지 아니면 몽땅 썩어버린 건지 모르겠지만 분갈이할 때 보니 뿌리가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분갈이를 해 놓고도 혹시 몰라 두고 봤는데 역시나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그 화분의 주인인 아이는 자신이 뭔가 잘 못 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지만, 내가 봤을 때 그 아이는 화분을 좋아하고 소중히 했다.


화분마다 종류가 모두 다르다 보니 신경을 안 써도 무럭무럭 자라는 아이들은 계속 새 잎을 냈다. 어쩌면 너무 사랑하고 관심을 많이 주어서 과습이 된 것 일지도 모른다.




한편으로는 죽을 줄 알았는데 여전히 잘 살아있는 식물도 있다.


분갈이하는 산세베리아

바로, 산세베리아.


산세베리아를 분갈이하려고 뽑았을 때, 뿌리가 거의 없이 그냥 잎사귀가 모아져 있는 모양이었다. 산세베리아는 과습에 취약하다고 해서 볼록한 잎사귀가 얇아지면 물을 주라고 아이에게 신신당부했다.


산세베리아를 맡은 아이는 물을 듬뿍 주는 다른 친구들을 부러워했고, 정말 금 물을 채워놓았다. 그리고 지금까지 산세베리아는 죽지 않고 잘 자라고 있다. 새로운 잎을 내지는 않았지만 잎사귀 끝이 점점 길어지고 키가 자랐다.




2학기가 되어 두 명이 전학을 오고, 클루시아 대신에 새로운 식물을 사느라 모종 3개를 더 시켰다.


식물을 처음 시켰을 때는 걱정이 많았다. 잎사귀가 누레지면 가위를 들고 잎들을 하나씩 잘라냈다.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곧 새 잎이 올라왔다.


 잎을 내려고 그랬던 것이다.




꼬맹이들이 이렇게나 무성하게 자랐다.

하루하루를 살아가면서 어느 날은 살 것 같고 어느 날은 살 것 같지 않은 날이 있다. 매일 똑같은 하루를 보내는데도 마음가짐이 어쩜 그렇게 달라지는지 모른다.


아이들은 사소한 일에 좌절하기도 하고 화내며 짜증을 부리기도 한다. 글씨 쓰기가 어려워서, 친구가 새치기를 해서 좌절하고 무너진다.


어른이 되어서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하지만, 8살 아이에게는 그렇지가 않다.




너무 많은 생각이 날 때는 가위를 들고 싹둑 생각을 잘라버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결국 살아남을 식물은 살고, 살리지 못할 식물은 가 버린다.


좋은 하루, 보통인 하루, 그렇지 않은 하루를 묵묵히 살아내는 것. 그게 우리가 할 일이고 8살 아이들이 해 내야 할 중요한 과제이다.




추운 겨울이 오기 전에 식물을 집으로 보내주려고 한다. 손을 호호 불면서 가져가지 않도록 11월에는 꼭 보낼 것이다.


식물을 보내고 나면 교실이 좀 심심해 보일 것 같다. 아이들도 식물들도 그동안 참 많이 자랐다. 집에서도 무럭무럭 자라기를.





* 사진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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