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라는 시간, 그리고 변화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강산이 변하는 것보다 더 놀라운 것은 오늘의 내가 10년 전의 내가 아니라는 것이다.
정신적으로만 다른 사람이 되었다는 것이 아니다. 물리적으로도 10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면 우리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고 만다.
현재 당신의 몸에 있는 원자는 단 하나도 그 사건이 일어났을 당시에 거기에 없었다. 물질은 이곳에서 저곳으로 흐르며 순간적으로 모여서 당신이 된다. 따라서 당신이 무엇이든 당신을 구성하는 재료는 당신이 아니다! - 리처드 도킨스
이기적 유전자를 쓴 리처드 도킨스가 한 말이다. 어린 시절의 우리는 실제로 거기에 존재했지만 지금의 우리는 그때와는 전혀 다른 세포들, 원자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 문구를 읽으며 무릎을 탁 쳤다. 내가 궁금해하던 것이 바로 거기에 있었다.
리처드 도킨스의 말은 고미숙의 책 '나의 운명 사용설명서'에서 찾았다. 이 책은 바로 사주에 관한 책이다. 어느 순간 사주팔자는 딱 정해져 있는데 왜 이걸 스스로 못 봐서 철학관에 찾아가 다른 이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정해져 있는 사주라면 내가 읽고 해석할 때 더 의미가 있지 않을까? 나를 하나도 모르는 다른 사람이 추리하고 해석하는 것보다는.
그렇게 읽다 보니 사주에는 '대운'이라는 게 있단다. 대운은 10년 주기로 바뀐다.
그러니까 사람은 변한다는 것이다.
사람의 운도 10년이면 변하고, 사람의 몸을 구성하는 세포들도 10년이면 싹 물갈이가 된다. 그러니 변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그것은 자연스러운 것이고 받아들이면 되는 것이다.
나는 교직생활 10년에 선생님을 그만두었다.
그게 참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작년에 쓴 글들을 보면 교직생활에 만족해 보려는 노력들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하지만 그야말로 노력이었다.
왜 좋아했던 직장이 마음에 안 들지? 왜 에너지가 소모되고 고갈되는 느낌이지? 왜 이 직업을 앞으로 10년 더 이어가지 못할 것 같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어딘가 '이상해진 것은 아닐까?' 의심했었다. 하지만 그것은 사주적으로 풀었을 때도 생물학적으로도 어쩌면 당연한 것이라는 것.
10년이면 강산도 변하지만 사람도 변한다. 시공간이 달라지고 생각도 달라진다. 그러니 변화는 당연한 것이다.
중요한 건 내가 달라졌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달라진 것을 거부하고, 왜 달라졌는지 모르겠다고 한탄하고. 과거의 삶에 나를 맞추려고 노력하는 것은 오히려 변화한 나 자신을 괴롭히는 일이다.
달라진 나를 인식했다면 이제 당신은 변화를 받아들일 때가 된 것이다.
얼마나 멋진 일인가!
삶은 한 번에 정해지는 것이 아니다. 20살 때 취업하고 직업을 구했다고 그걸로 끝났다고 볼 수도 없다. 10살에서 20살, 20살에서 30살 우리는 끊임없이 변화한다. 죽을 때까지 말이다.
그러니까, 기회는 찾아올 거다. 40살에도 50살에도 심지어 60살에도. 변화의 기회를 잡는 건 우리 자신이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을 잘 알아가는 것이다.
나에 대해서 잘 느껴보라. 어쩌면 당신은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벌써 새로운 존재로 변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사진: Unsplash의Juliia Abramov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