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덮친 뮤지컬 연습 5주 차
영화 모아나에서 마우이 마저 떠난 바다 한가운데에 혼자 남은 모아나에게, 돌아가신 할머니의 영혼이 노래를 하며 묻는다.
"모아나, 넌 멀리 왔어. 들어봐. 넌 과연 누구일까?"
모아나는 바다 한가운데로 나왔지만, 실패하고 막막하기만 하다. 테피티의 심장이 잘 못된 사람을 선택했다고 소리치며 모아나는 심장을 바다에 던져버리고 만다.
가끔 멈춰서 돌아봐야 하는 때가 있다.
여름부터 지금까지 뮤지컬 오디션에 붙고 연습을 하면서 한 주 한 주가 새로운 도전이었다. 체력적으로 점점 딸리는 걸 알면서도 연습을 잘하고 싶었고 다른 팀원들에게 피해가 되고 싶지 않았다.
그러다가 덜컥 코로나에 걸리고 말았다. 그만큼 지쳤고 쉬어야 할 타이밍이 오고야 말았다.
모든 걸 정리하고 제주도에 오면서 모아나 노래를 참 많이 들었다. 제주도는 나에게 모아나의 섬이기도 했다. 나는 그곳이 어디일지는 모르지만 용기 있게 길 찾아 나가겠다고 다짐도 했다.
그래, 난 이미 먼 길을 왔어.
꿈을 현실로 만드는 그 길, 너무 황홀해서 행복했고 때로는 쉽지 않아서 힘들기도 했다. 그렇게 모아나 할머니의 노래를 들어야 하는 때가 왔다.
어쩌다가 여기까지 왔는지 뒤돌아봐야 하는 것이다. 나의 선택이 분명했다는 걸, 선택을 하는 순간 나의 두 눈이 반짝이고 있었다는 걸. 과거로부터 새로운 에너지를 얻어 노래해야 한다.
뮤지컬 음악에서는 '리프라이즈'가 있다. 이전에 등장한 곡을 반복하거나 변주하여 다시 선보이는 것이다. 모아나의 할머니와 모아나가 부르는 이 노래도 어떻게 보면 리프라이즈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모아나가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지 의지를 되살리는 아주 중요한 장면이다.
https://youtu.be/TImYu_Orko4?si=iEbIz4XnzpISp8XS
내가 이끌었어. 이 길로
이미 먼 길 왔지.
많이 배웠지만 아직도 나를 불러.
언제나 마음속 아주 깊은 곳에서
파도처럼 계속 출렁거리며
나의 심장 속에서 살아서 나를 깨워
나의 갈 길 알고 있어
나는 모아나
뮤지컬 배우가 되는 것은 생각보다 더 많은 체력을 필요로 하는 일이었다. 특히 안무를 맞춰내기가 많이 힘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여기에서 멈추지는 않을 것이다. 곧 회복할 거고 다시 연습을 해 나갈 것이다. 내가 원했던 그 길이니까. 내가 가야 하는 그 길이니까.
3일 동안 모든 스케줄을 멈추고 누워서 쉬었다. 맛있는 음식을 챙겨 먹고 봐도 그만 안 봐도 그만인 드라마와 영화를 봤다. 3일 동안 정말로 행복했다. 이렇게 누워서 하릴없이 쉰 게 오랜만인 것 같았다.
몸은 쉬어야 할 타이밍을 안다. 그리고 쉬어야 할 타이밍에 쉬지 못하면 툭 알아서 아파버린다. 쉬어가라고. 며칠 뒹굴 뒹굴 쉬다가 가라고.
코로나가 밉지 않다. 아마 숨을 돌리라고 말해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진짜 내가 되는 삶을 살기로 결심했고 그게 나를 여기까지 이끌었다. 쉽지 않은 도전이었고 실제로 마주한 건 생각했던 것 보더 더 큰 벽이기도 했다.
그래도 나는 지금의 이 삶이 좋다.
여기까지 이끌어 준 바람이 고맙다. 며칠 동안 뒹굴면서 아기처럼 먹고 자고를 반복하면서 쉬고 있다. 아직은 다 회복이 되지 않은 것 같지만, 곧 회복하게 되면 나는 또다시 바다로 나갈 것이다.
원했던 그 마지막을 향해서 달려갈 것이다.
미래의 나는 이미 그곳에서 내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