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과 선생님의 말을 들었어야 했어

코로나에서 버틴 임신, 출산, 육아의 시간

또 다른 분이 왔다. 세 번째 산후도우미였다. 이분은 등장부터 목소리가 밝았고 싹싹한 분위기가 풍겼다. 새로 온 분이 마음에 들었고 싸웠던 실장님에게도 좋은 분 같다며 감사하다는 연락을 드렸다.


자기를 좋아해 주는 어른이 있으면 아기도 직감적으로 알고 예쁜 짓을 한다. 아기는 도우미 아줌마가 ‘까꿍’을 하면 깔깔거리며 좋다고 웃었다.




며칠의 고요한 시간을 보내던 중이었다. 아기가 숨 쉴 때 코가 그르렁거렸다. 영유아 검진 때 그르렁 소리가 날 수도 있지만 괜찮다는 말을 들었다. 그런가 보다 하고 있었는데 도우미 아주머니가 코딱지가 있는 것 같다며 코를 유심히 보셨다.


아기는 어려서 한 번도 감기에 걸린 적이 없었고 집에 콧물을 뺄 수 있는 코뻥 같은 기구도 사놓지 않았을 때였다.


아주 조그만 아기의 콧구멍을 들여다보았다. 코딱지가 있는 게 보였다. 빼주면 속이 시원할 것 같기는 했다. 신생아용 면봉을 들고 아기 콧구멍을 몇 차례 들여다보았다. 하지만 너무 작아서 빼내기가 쉽지 않았다.


“어디 한번 봐봐요.”


새로 오신 도우미 아주머니는 기꺼이 면봉을 들고 아기 코를 들여다보는 분이셨다. 나는 자연스럽게 면봉을 맡겼다. 그런데 그게 문제였다.


아기는 흔들거리는 바운서에 앉아있었고 도우미 아주머니가 면봉을 넣는 순간 아기가 몸부림을 쳤다. 얼굴이 빨개지도록 아기가 울자 가슴이 철렁했다. 갑자기 소아과 선생님의 목소리가 귀에 울렸다.


‘면봉 같은 걸로 코 파지 마세요.’


콧구멍을 들여다봤는데 다행히 면봉이 깊이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코 안 쪽 살이 시뻘겠다. 그게 빨갛게 피가 나오는 건지 아니면 면봉 크기의 구멍이 뚫려버린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고요하던 오후에 갑자기 비상이 걸려버렸다. 나는 한숨을 퍽퍽 쉬면서 울상이 되었고 도우미 아줌마는 걱정되면 같이 병원에 가자고 말했다. 나는 그러겠다고 했다.


교통사고로 찌그러진 차를 수리해 놓기는 했지만 아직 용기가 없어서 그대로 주차장에 둔 지 오래였다. 다행히 도우미 아줌마가 운전을 하는 분이라서 그분 차를 타고 병원에 갔다. 아기는 겉옷에 싸여 품에 안겨있었다.




도착하자마자 황급히 진료실로 들어갔다. 선생님은 면봉에 찔렸다고 하니 일단 한번 보자며 아기 코를 이리저리 살피셨다.


“별 이상이 없는데요?”


아니라고 내가 분명 봤다고 말하며 왼쪽 코 안쪽이 빨갰다고 다시 봐 달라고 했다. 하지만 다시 봐도 아무렇지 않다고 했다.


가까이에서 직접 코 안쪽을 확인했다. 정말 그랬다. 빨갛던 부분은 다시 원래 색으로 돌아와 있었다. 아기라서 연약한 살이 빨개졌고 또 금방 가라앉은 것이었다.


진료를 보고 나왔는데 산후도우미는 여전히 아기가 코가 그렁그렁하니 감기 진료를 다시 보고 오라고 했다.


병원에서 진료를 볼 정도는 아니어서 괜찮다고 했는데도 산후도우미는 아니라고 거듭 말했다. 그리고는 자기가 아기를 데리고 들어가 진료를 보겠다는 것이다.


나는 아주머니와 더 싸우고 싶지도 않고 긴장했던 것이 맥이 빠져서 그러라고 했다. 아주머니는 아기를 안고 들어가서 기어이 코감기약을 처방받아왔다. 말은 안 했지만 아마 자기가 아기 코를 면봉으로 봤던 것에 대한 근거를 남기고 싶어서 그랬을 것이다.




도우미 아줌마가 퇴근하고 돌아간 뒤, 코를 보고 또 봤지만 정말로 괜찮았다. 아기 콧구멍에 구멍이라도 난 줄 알았는데 한편으로 너무나 다행이었다.


도우미 아주머니가 받아온 코감기 약은 먹이지도 않았다. 그냥 한쪽에 며칠 세워뒀다가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런 일이 있었지만 아주머니는 책임감 있게 2주를 꽉 채워서 돌봐주셨다. 약속한 기간이 끝나갈 때 나는 염치없게도 이분께 2주간 연장이 가능한 지 다시 여쭤 보았다.


이제 도우미가 가고 나면 정말로 내가 아이를 혼자서 보게 되기 때문이었다. 지푸라기라도 잡아보려는 심정으로 물었지만 아주머니는 벌써 다른 일정이 잡혀있다고 말씀하셨다.


또 다른 사람을 부를 수는 없어서 여기에서 도우미는 그만 쓰기로 했다. 그렇게 산후도우미와 함께하던 시절도 끝이 났고 이제는 정말로 아기와 둘이 함께하는 시간이 시작되고 말았다.



*사진: UnsplashSara Groblechner


블로그에서 일상을 나눕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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