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후도우미의 빛과 그림자

코로나에서 버틴 임신, 출산, 육아의 시간

산후도우미 아주머니가 오셨다. 도우미 아줌마가 오는 첫날 오전에는 집안이 시끌벅적하고 분위기가 좋았다. 엄마와 아주머니가 말이 잘 통해서 한참 수다를 떨었다. 친정 엄마는 안심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산후도우미는 아파트 옆 동에 사는 친구의 도움으로 부를 수 있었다. 친구는 이미 1월에 출산해서 도우미를 쓰고 있었다. 그 집에서 우리 집으로 도우미 아주머니가 넘어왔다. 아주머니는 정말 깔끔하셨고 자기 손자처럼 아기를 봐주셨다.


시간이 날 때면 서랍에 엉망으로 개켜져 있는 아기 옷을 싹 꺼내서 수건처럼 뽑아 쓸 수 있게 정리해 주셨다. 내가 머리끈이 별로 없는 걸 알고 머리끈을 종류별로 사 오시기도 했다. 밥솥 뚜껑에 말라붙은 밥 찌꺼기까지 닦아주시는 분이셨다.


코로나 때문에 걱정한 것이 괜한 우려였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아침에 오자마자 옷부터 갈아입으셨고 손을 싹 닦은 후에 마스크를 끼고 생활하시다가 식사 시간에만 마스크를 벗으셨다. 같은 동네에 사는 이웃이라서 운동 삼아 걸어오거나 가족이 태워주는 차를 타는 점도 좋았다.


한 가지 걱정이 있었다면, 아기랑 산후도우미 분이 너무 친해져서 2주가 끝날 무렵에는 이분 없이 아기를 어떻게 볼지 막막했다는 것이다. 아기는 도우미 아줌마의 포근한 품이 편해져서 나에게는 잘 안기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분을 2주 더 추가하면 얼마나 좋았을까.


도우미 아주머니는 남편이 허리 수술을 하는 바람에 일을 잠시 쉰다고 하셨다. 나는 업체를 통해서 다른 분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부터가 문제였다.


가장 괜찮다고 생각한 곳에 전화를 걸어 사람을 보내 달라고 했다. 기본비용에 덤으로 추가 비용까지 내고 경력이 있는 분을 불렀다. 그러나나 완전히 딴판인 사람이 오고 말았다.


첫인상은 시원시원하고 나빠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하루 동안 생활하면서 ‘어?’하고 의문이 드는 게 한둘이 아니었다.


아기를 재운 뒤 청소기를 돌리는데 아주머니가 갑자기 마스크를 내리고 집안일을 하시기 시작했다. 잠깐이겠지 생각했지만 그분은 그렇게 계속 집안일을 하셨고 결국 내가 마스크를 올려달라고 말을 한 뒤에 마스크를 제대로 쓰셨다.


점심에는 냉동실에 있던 멸치로 멸치볶음을 해주셨는데 간장이 아니라 고추장으로 볶아 빨갛고 매웠다. 나는 조리원에서 먹은 치킨 때문에 뒤늦게 매운 음식을 극도로 조심하고 있었다.

( 아기낳고 맵슐랭 치킨을 먹어버렸다.)


그래 뭐 이런 건 말씀드리면 된다고 치자.


이번에는 기저귀를 갈고 아기를 만질 때 보니 손톱 밑에 까만 것이 보였다. 손을 씻어도 지워지지 않는 까만 무언가가 있어서 나는 잘 못 봤나 싶어 유심이 손을 바라보았다. 직접 그분께 손톱이 왜 그렇게 됐냐고 묻지는 못했다. 나이도 엄마뻘이고 그렇게 묻는 것이 좀 부담스러웠다.


마지막엔 목욕을 하려고 기저귀를 열었는데 아기가 응가를 해놨다. 전에 오셨던 분은 아기 엉덩이를 깨끗하게 닦으신 뒤에 목욕을 시켜주셔서 한 번도 걱정했던 적이 없었다.


아주머니는 아기 엉덩이를 기저귀로 대충 닦고 그대로 목욕물에 집어넣으셨다. 채 떨어지지 않은 똥 덩어리들이 목욕물에 둥둥 떠 있는데 그 물로 온몸을 닦으셨다.


나는 이때 결심했다. 이건 아니다.

업체에 전화를 해야겠다.


그분이 집을 나서면서 내일 보자고 인사를 하셨는데 나는 “네. 안녕히 가세요.” 대답을 하면서도 전화할 생각만 하고 있었다.




실장이라는 사람은 하루 만에 어떻게 이상한 분인지 알 수 있냐고 말하며 며칠 더 지내다가 말을 해달라고 했다.


인천에서 맞벌이면서 첫째를 가진 부부들은 산후도우미 정부지원금을 받을 수가 없다. 그래서 2주 동안 200만 원이 넘는 돈을 낼 예정이었다.


나는 피 같은 돈을 내고 스트레스를 받으며 며칠을 더 견딜 수가 없었다. 이미 마음이 떠나버린 뒤였다.


이런 점 저런 점을 말해가며 사람을 바꿔 달라고 했지만 실장은 안된다고만 했다. 결국 거의 다투다시피 했다.


졸리다고 우는 아기를 안고 전화를 하는데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어떻게 실장이라는 사람이 아기 낳은 지 얼마 안 된 산모랑 싸우고 있을까.


나는 화가 나서 소리쳤다.


“아니, 그분이 마스크를 내리고 청소기를 돌리셨다니까요!”


결국 그 한마디로 사람을 바꿀 수 있었다. 실장은 그 점이 위생 불량으로 걸린다고 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싸우지 말고 그 말을 제일 처음으로 할 걸 그랬다.


* 사진: UnsplashTaisiia Shestop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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