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슴으로 완모를 하다니

코로나에서 버틴 임신, 출산, 육아의 시간

사람이 살면서 직접 해보지 않으면 어떤 느낌일지 전혀 모르는 것들이 있어. 나에게는 모유 수유가 그랬어. 동네에서 만난 친구가 6개월 아기를 키우고 있을 때 조각 케이크를 사서 친구 집에 찾아갔었어. 원래는 유모차를 밀고 집 주변을 돌기로 했지만 미세먼지가 너무 심했지. 겨우 두 번째 보는 사이였는데도 친구는 나를 선뜻 집으로 초대했어.


6개월 아기의 수유 텀 사이에 약속을 잡는 게 애초에 쉬운 일이 아니었나 봐. 도착했다고 카톡을 남겼는데 친구는 수유 중이니 집으로 올라오라고 했어. 마스크를 쓰고 쭈뼛거리며 현관을 들어섰지. 그리고 방에서 친구의 모유 수유 장면을 봐 버렸어. 우린 겨우 두 번 만난 사이였는데 말이야.


엄마가 막냇동생을 모유 수유한 기억이 어렴풋이 나지만, 어른이 되어 본 것은 처음이었어. 나는 수유하는 방에 들어가 조심스레 기대어 앉았어. 아기는 불청객이 궁금했는지 고개를 쭉 빼고 동그란 눈으로 나를 쳐다봤어. 그리고 엄마와 나 사이에서 장난을 쳤지.


“더 안 먹을 거야?”


친구는 웃으며 물었고 그렇게 수유 시간이 끝났어. 아기는 마스크를 쓰고 있는 나를 보고도 울지 않았어. 그때 처음으로 아기를 낳으면 모유 수유를 하겠구나 실감했어.




조리원에서 아기는 실리콘 젖꼭지를 먼저 물었고 거기에 더 익숙해졌어. 꿀꺽꿀꺽 넘어가는 분유를 잘 먹었지. 그런데도 나는 모유 수유를 포기하지 못하고 혼합수유를 했어. 아기가 처음으로 엄마 젖꼭지를 물어주었을 때 얼마나 고마웠는지 몰라.


모유 수유를 하고 못 채운 양은 분유로 먹는 귀찮은 일을 계속하다가 아기가 강력하게 모유를 거부하는 날이 왔어. 아기는 그날 모유를 먹다가 사례가 걸렸고 그 뒤로는 젖병으로 먹고 싶다는 의지를 울음으로 표현했지. 백일도 되지 않았을 때였어. 분유를 타주자 아기는 원샷하고는 감탄사를 내뱉었어.


그리고 그다음부터 모유 거부가 시작됐지. 아무런 준비도 없이 다음 수유부터 젖병으로 주기 시작했어. 그런데 모유를 먹지 않자 가슴이 점점 부풀어 오르더니 젖이 뚝뚝 떨어지고 띵띵 부어오르는 거야. 아무리 화장실에서 손으로 짜내봐도 소용이 없었어. 아기를 보다 보니 하루가 그냥 지나고 밤이 왔는데 가슴은 여전히 부어서 오한이 들기 시작했어.


한밤중에 가슴 마사지 선생님에게 연락했어. 너무 아프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나의 구원자였던 선생님은 당장 내일 오전에 오겠다고 하셨어. 꽃 피는 4월이었는데도 덜덜 떨다가 수면 양말을 신고 옷을 껴입었어.


밤새 추위에 떨다가 어느 순간 몸에 핑-하고 피가 도는 느낌이 들면서 잠이 들었어. 혈액순환이 잘 되면 좀 나을 거라는 선생님의 말이 맞았지. 그 이후로는 아기에게 젖병을 물릴 수 없었어. 단유 준비가 안 됐는데 또 이런 일이 생길까 봐 정말 무서웠어.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완전 모유 수유를 하게 되었어.




아기는 모유만으로도 쑥쑥 자랐어. 문득 아기가 자랐다는 걸 느낄 때마다 사랑으로 큰다는 생각이 들었지. 여전히 아이는 모유에 불만이 많았지만 분유와 유제품을 끊고 나니 기저귀에 똥을 지리는 것도 거의 사라졌어. 이제 모든 건 내가 어떤 음식을 먹느냐에 달려있었지.


세상에 맛있는 게 정말 많은데 내가 먹을 음식은 없었어. 주말이면 배달을 시켰던 치킨, 피자, 족발 같은 기름진 음식들, 입에서 살살 녹는 부드러운 유제품, 심지어는 빵도 먹을 수가 없었지. 나는 밥에 나물을 쓱쓱 비벼 먹었어. 절밥이 따로 없었어.


물과 밀가루 효모만으로 만든 식빵을 겨우 구해 먹으면서 버터가 듬뿍 들어간 바삭바삭한 크루아상을 떠올렸어. 치즈가 잔뜩 올려진 피자를 정말 먹고 싶었지. 꾸덕한 크림스파게티와 케첩을 듬뿍 찍은 감자튀김도. 하지만 내가 음식에 무너지는 날에는 유선이 막혀버리거나 아기가 설사했기 때문에 참아내야 했어.




모유 수유는 13개월에 두유로 바꾸면서 끝이 났어. 이제는 두유에 빨대를 꽂아 쪽쪽 잘만 빨아먹지. 이 편안한 분유 수유의 시대에 모유 수유를 하면서 힘든 일이 참 많았어. 외출도 자유롭게 할 수 없었고, 남편에게 수유를 맞길 수도 없었지. 그래도 젖병을 닦고 소독할 일이 없다는 건 좋았어. 다시 모유 수유를 할 거냐고 묻는다면 글쎄, 대답을 못 할 것 같아. 아기가 별 탈 없이 분유를 잘 먹었다면 그냥 분유를 줬을지도 모르겠어.


수유 쿠션에 아기를 누이고 마주했던 수많은 날, 그리고 밤들. 눈을 감고 조금은 몽롱하게 아기와 함께한 그 시간이 마치 꿈같아.


*사진: UnsplashWesley Tingey




완결까지 월, 수, 금 발행. 오늘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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