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 되기 전까지 아기는 엄청나게 빠르게 자라. 그 이후에도 두 돌까지는 쑥쑥 크지. ‘엄마 나는 자라고 있어요.’라는 책에 보면 개월 수에 따라 발달 단계가 있는데 바쁜 와중에도 그 책은 꼭 챙겨서 읽었어. 그리고 우리 아기가 잘 자라고 있는지 다음 단계는 뭔지 찾아봤지.
발달하는 속도는 아기마다 천차만별인데 우리 아기는 뒤집기부터 잘 안 됐어. 오죽하면 신랑이 지금도 ‘뒤집기도 못 하던 애가 이렇게 뛰어다니네.’ 할 정도야. 뒤집기가 안 돼서 이쪽저쪽 뒤집어 보고 딸랑이도 흔들어 보고 했지. 그리고 결국 성공했을 땐 정말 기뻤어. 그런데 뒤집고 나니 앞으로 나아갈 생각을 하질 않는 거야.
그냥 엎드린 상태 그대로 상체를 세우고 있다가 힘들면 바닥에 고개를 두고 누워서 엄지손가락을 빨기 시작했어. 아무리 이리 오라고 불러봐도 움직일 생각을 안 했지. 그래서 언제부턴가 그냥 포기하고 있었는데 다른 아이들은 이미 그 시기에 집안 구석구석을 기어 다니고 있더라고.
우리 아기는 앉아 있는 걸 좋아했어. 비스듬히 기대어 앉아 배 위에 아기를 올리고 같이 그림책을 읽었어. 물론 아기가 알아들었는지 어땠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어느 날은 아기가 낮잠을 자고 일어났는데 방에서 “엄마! 엄마!”하고 부르는 소리가 나는 거야. 깜짝 놀라서 달려가 봤더니 글쎄, 누워만 있던 아기가 앉아 있는 게 아니겠어. 처음으로 혼자서 앉기에 성공한 거야. 자기도 놀라웠는지 그렇게나 큰 소리로 엄마를 부르더라고.
처음으로 혼자 앉은 날, 엄마를 찾는 아가
누워만 있던 아기가 앉을 수 있게 된다는 게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 곧 거실에서도 자유자재로 앉았다가 누웠다가 뒤집었다가 할 수 있게 되었어. 하지만 우리 아가는 그 뒤에도 잘 기어 다니지는 않았어. 기어가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 하루는 엄마가, 또 다른 날은 아빠가 매트에서 직접 시범을 보이기도 했지.
“하나둘하나둘, 이렇게 기어가는 거야.”
하지만 아기는 여유롭게 수유 쿠션을 소파 삼아 앉아서 손가락을 쪽쪽 빨며 기어가는 엄마 아빠를 관찰하기만 했어. 나중에는 기어갈 수 있게 되었지만 그건 이쪽에 앉았다가 저쪽에 앉고 싶어서 어쩔 수 없이 가는 거였어.
기어가지 못해도 제때 서고 걸었으니 결국에는 아무 문제도 없었어. 그냥 엄마 아빠 마음이 급했던 거야. 아기가 세상을 배워가는 데에도 어떤 정답은 없는 건가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