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서 버틴 임신, 출산, 육아의 시간
대학교 기숙사 방에서 혼자 고민을 하던 시절이 있었어. 그날 저녁에도 신입생은 강제 참여나 다름없는 과 행사가 잡혀 있었고 나는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었지. 수첩에 ‘하고 싶은 일 vs 해야 하는 일’이라고 적어 들고 선배들의 눈총이 두려워 밖으로 나갔어.
술이 너무 약하고 싫었거든. 특히 강제로 소주를 원샷하는 분위기와 술자리 예절이 싫었어. 선배에게는 꼭 ‘선배님’이라고 말해야 했어. 술은 두 손으로 받아서 한 번에 목구멍으로 털어 넣었지. 다행히 신입생 시절 이후에는 그런 일이 많지는 않았어. 다 큰 성인이었고 내가 무얼 하든 하고 싶은 대로 내버려 두었으니까.
백신접종이 시작되면서 처음에는 누구든 자기 차례를 기다렸어. 고령층부터 백신을 맞을 수 있어서 할머니가 가장 먼저 화이자 백신을 맞았어. 아빠는 화이자, 엄마는 모더나, 고모는 아스트라제네카. 나이와 시기에 따라 맞는 백신도 저마다 달랐지.
휴직 중이기는 했지만 교사로 쳐주어서 예상보다 일찍 백신을 맞을 기회가 돌아왔어. 화이자 백신이었고 가장 안정적인 백신이었지. 교직 생활을 하는 친구들은 특유의 성실함으로 서버가 열리는 시간에 맞춰서 홈페이지에 접속했대. 몇 시간 동안은 대기자가 너무 많아 접속이 잘 안 됐다고 해. 하지만 결국에는 모두가 백신을 신청할 수 있었어.
그때까지만 해도 백신을 맞고 안 맞고 하는 문제가 나의 ‘자유로운 선택’이라고 생각했어. 백신이 이 지긋지긋한 코로나를 끝낼 수 있는 열쇠라고도 생각했지. 하지만 선택이 쉽지 않았던 건 백신접종이 시작되던 그때 내가 ‘모유 수유’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야.
모유 수유를 하는 동안 엄마의 모든 것은 아기에게 전해지거든. 그래서 나는 함부로 어떤 주사를 맞고 후회하는 일이 생기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 아기 낳고 먹었던 청양고추 치킨도 지금껏 후회하고 있으니 말이야. 그래서 백신을 신청하기 전에 인터넷을 열심히 검색했어.
맘카페에는 백신을 맞을 건지 안 맞을 건지 묻고 답하는 글이 많았어. 글을 읽고 댓글 하나하나를 정독했지. 모유 수유를 하는 사람 중에 이미 백신을 맞은 사람도 있었고 후기를 블로그에 올린 사람도 있었어.
우리나라 의사들은 지침에 따라서 모유 수유 중에도 백신 맞는 걸 추천했어. 항체가 생기면 모유를 타고 가기 때문에 아기에게 좋다는 이유였어. 이번 화이자 백신을 놓치고 나면 그 뒤에 나이순으로 맞게 될 때는 어떤 백신을 배정받을지 모르기 때문에 신중하게 결정해야 했지.
그러던 중 독일에 사는 어떤 아기 엄마의 댓글 하나를 발견했어. 아기 엄마는 혼자 다른 말을 하고 있었어. 의사는 화이자가 가장 안전한 백신이기는 하지만 아기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아직 모르기 때문에 안 맞는 게 낫다고 했다는 거야. 백신을 맞지 않겠다는 거의 유일한 댓글이었어.
그 댓글을 보고 마음먹었어. 조금의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굳이 백신을 맞지 않겠다고. 휴직자여서 근무 중인 선생님들과 함께 백신을 맞을 필요가 없었어. 집에서 아기랑 둘이 지내면 백신을 맞지 않아도 큰 지장이 없었지. 그때는 몰랐어. 그 결정이 나의 삶에 커다란 고난을 주리라고는.
* 사진: Unsplash의Daniel Schlu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