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글픈 혼밥의 의미

코로나에서 버틴 임신, 출산, 육아의 시간


백신접종이 막 시작되었을 때 이라크에서 연락이 왔어. 시아버지가 아스트라 제네카 백신을 맞고 쇼크가 왔다는 거야. 연락이 하루 반 정도 끊겼고 다시 연락되었을 때는 어느 정도 안정된 다음이었어. 그 소식을 듣고 겁을 먹은 나머지 신랑에게도 백신을 맞지 말라고 했어. 우리 친정은 모두 백신을 맞았지만 시댁은 아무도 백신을 맞지 않았지.


백신을 맞지 않고 사회생활을 하는 건 정말로 힘들었어. 신랑은 출장이 잦았는데 하루 전 병원에서 PCR 검사를 하고 ‘음성증명서’를 챙겨서 출장을 갔어. 출장 가서 만나는 사람에게 코로나가 전파되는 걸 피할 수 있기 때문이었어.




신랑이 출장을 갔을 때야. 동료들과 식당에 들어가려는데 문 앞에서 주인이 말했어. 미접종자는 들어올 수 없다고. 신랑은 음성 증명서를 들고 왔으니 들여보내 달라고 했어. 하지만 주인은 단호했지.


“증명서가 있어도 안 돼요. 식당 주인이 거부할 수 있는 거예요!”


신랑은 그 식당에서 혼밥도 할 수 없었고 결국 다른 식당으로 향해야 했어. 원래 규칙대로라면 음성증명서가 없는 미접종자도 ‘혼밥’은 할 수 있어야 했거든. 음성 증명서가 있다는 건 다른 사람과 함께 식사를 할 수 있다는 증명이야. 근데 그때는 얼마나 백신 미접종자들을 코로나를 퍼뜨리는 주범처럼 생각했는지, 식당 주인들이 앞장서서 입장을 거부했어.


신랑을 혼자 보낼 수 없는 동료들도 함께 밖으로 나왔지. 하지만 애초에 먹을 수 있는 식당이 있기는 한 건지 몇 차례나 거부당했고, 시장 골목을 헤매다가 할머니가 하는 작은 가게에 겨우 들어갈 수 있었어. 신랑은 그런 출장을 일주일에 한두 번씩 갔어.




이제는 어른이 되었고 웬만한 식당에는 혼자 들어가 밥을 시킬 수 있는 배짱이 있지만 학창 시절의 나는 그런 깡다구는 없는 애였어. 기다란 식탁이 이어져 있는 급식소에서 저마다 옹기종기 모여 밥을 먹을 때, 이야기할 사람도 없이 혼자 밥을 먹는다는 건 정말 가슴 아픈 일이야. 함께 밥을 먹어줄 친구가 없다는 것. 그건 가장 밑바닥의 나락으로 떨어졌다는 걸 보여주는 거였지.


여중을 다닐 때, 아이들은 이리저리 몰려다니다가도 하루아침에 “이제 너 싫어. 너 혼자 놀아.”라고 말할 수 있었고, 나는 실제로 그런 소리를 몇 번인가 들었어. 그러면서 생각했지. 내가 무슨 잘못을 한 걸까. 뭔가 이상한 짓을 한 걸까. 화장실에서 눈물을 삼키고 외로이 밥을 먹는 건 너무나 쓸쓸했어.




공식적으로 ‘혼밥 해야 하는 사람’이 되면서 내가 유모차를 끌고 다닌다는 사실에 조금 안도했어. 남편의 이야기를 듣고 ‘설마 진짜로 거부당하는 건 아니겠지?’ 약간의 두려움을 가지고 카페에 들어갔을 때도 나는 유모차를 밀고 있었어.


다행히 내가 들어간 카페에서는 큐알 체크인을 할 때 “딩동” 소리가 우렁차게 울려도 나를 내보내거나 하지 않았어. 오히려 더 애틋하고 친절하게 커피잔을 쥐여 주기도 했지.


하지만 유모차 같은 방패막이도 없는 남편에게 세상은 녹록지 않았던 모양이야. 신랑은 어느 날 집에 와서 1차 백신만이라도 맞아야겠다고 말을 했어.


“왜 1차만 맞아, 2차까지 맞아야 식당에 갈 수 있는 거 아냐?”

“근데 2차까지 맞는 건 좀 무서워서. 그냥 최소한의 예의로 1차만 맞으려고.”


신랑은 그렇게 말하고 1차 백신을 맞았어. 미접종자인 것만으로도 사무실에서는 ‘왜 미접종이에요?’라는 질문을 수없이 받고 ‘당신 때문에 우리 사무실이 위험하다.’라는 소리도 들었거든. 그러니 혹시나 진짜 코로나에 걸리면 감당이 안 될 것 같다는 이유에서였어.




우리 가족은 이미 오래전부터 외식이나 사람이 많은 곳은 피하고 있었지만 그 뒤로는 외식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처지가 되어버렸어. 마지막으로 신랑과 나와 아기가 유모차를 가지고 외식을 한 건 등본을 가지고 있어서 들어갈 수 있었던 조용한 일식집이었지.


나라에서는 이 모든 게 ‘미접종자 보호’를 위한 일이라고 말했어. 정말 다 큰 성인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걸까.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자유를 앗아가도 되는 걸까. 어딘가에 하소연을 하고 싶었지만 형체도 없는 국가라는 존재는 너무 커다래서 그리고 백신을 안 맞은 나는 너무 소수여서 자꾸 움츠러들기만 했어.


*사진: Unsplashdylan nol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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