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서 버틴 임신, 출산, 육아의 시간
날은 점점 풀려서 따뜻한 봄이 성큼 다가왔어. 어느새 아기 옷도 가벼워져서 밖에 나가 놀기 딱 좋은 날씨가 되었지. 우리 아파트에는 아기가 탈 수 있게 안전바가 되어있는 그네가 하나 있는데 그 놀이터에 아기들이 많이 모였어.
아직 걸음을 떼지 못해 유모차를 타는 아기, 막 아장아장 손을 잡고 걸음마를 하는 아기, 손을 놓고 후다닥 뛰어가는 아기도 있었지.
우리는 매일 비슷한 시간에 놀이터에 갔어. 따로 연락하지 않아도 아침을 먹고 놀이터에 가면 누군가 있으리라는 걸 알고 있었지.
그렇게 놀이터에서 친구들을 더 만났어. 아기들은 몇 번 마주쳤을 뿐인데도 반갑게 아는 척을 해주었어.
모르는 사람과 친구가 될 때 필요한 건 딱 한 마디를 먼저 내뱉을 수 있는 용기야. ‘안녕하세요.’ 인사도 괜찮고, ‘몇 개월이에요?’ 물어보는 말도 괜찮아. 딱 한 마디만 넘어서면 다음은 물 흐르듯이 쉽게 흘러가거든.
할머니와 나오는 아기도 있었고 아빠와 나오는 아기도 있었어. 어떨 땐 할머니와 나오던 아기가 엄마와 주말에 나오기도 했어.
“오늘은 아가가 엄마랑 나왔네요. 할머니랑 자주 만났어요.”
이렇게 말을 걸면 아기 엄마도 ‘그래요?’ 하고 인사를 해주었어. 그렇게 하나둘 늘어서 놀이터 친구는 점점 많아졌어.
새벽 6시부터 밖에 나가자고 하는 날엔 징징거리는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면서도 한숨만 나와.
아무리 해가 뜨지 않아서 춥다고 해도 우는 아이 앞에서는 아무 소용없었지. 그렇게 밖으로 나오면 아무도 없을 것 같은 새벽에도 아파트를 돌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 거야.
“어머나 왜 이렇게 일찍 나왔을까?”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할머니들이 하얀 새벽안개 사이로 유모차를 보고 말을 걸어주었어. 강아지를 졸졸 쫓아다니다 보면 아이는 어느새 울음을 그쳤지.
아침에는 분리수거 쓰레기를 청소하러 나온 아저씨들과도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어.
챙모자에 빨간 조끼를 입은 그분들이 멋있어 보였는지 항상 쓰레기장 앞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서성거렸어. ‘아저씨 안녕하세요.’하고 인사를 시켜주면 아이는 그제야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하고 걸음을 옮겼어.
놀이터에 아무도 없는 날엔 아이를 그네에 올려서 힘껏 밀어주고 벤치에 앉았어. 그리고 깊게 숨을 들이쉬면서 반짝이는 햇살과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을 바라봤지.
바쁘게 지나칠 때는 몰랐던 것들이 선명하게 다가오는 것 같았어. 잠시 넋을 놓고 있으면 시간이 멈춘 것만 같았어.
그리고 멀리서 “안녕하세요. 오늘도 나오셨네요.” 하면서 아이 손을 잡고 놀이터로 오는 엄마에게 반갑게 손을 흔들었지. 참 행복했어.
*사진: Unsplash의Karl Fredricks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