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로 뜨거웠던 양평 '핫 요가'

10년째 초보 요가 수련기

24살 갓 대학에서 졸업해서 양평에서도 지평막걸리로 유명한 '지평'에 첫 발령을 받았다. 2월의 스산한 학교 풍경이 첫 발령 난 초보 교사를 겁먹게 만들었다. 지평에서는 도저히 살 수 없겠다 싶어서 용문에 방을 얻었다.


학교에 적응이 되자 양평에서 요가원을 찾기 시작했다. 차도 없어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다닐 수 있어야 했다. 다행히 용문에서 양평까지 경의중앙선이 다녔고 양평읍에 요가원이 있었다. 바로 내가 5년을 수련하게 될 양평 '핫 요가'이다.


가서 얼마간 수련을 해보고 1년 치 수련권을 끊었다. 용돈을 받는 대학생이 아니라 어엿한 직장인이 아닌가! 요가복도 세트로 구매했다. 예전에는 운동복을 입고 했었는데 짱짱한 요가복도 사 입으니 기분이 날아갈 듯했다.




요가원은 정말 뜨거웠다. 수강생의 열기도 뜨거웠지만 정말 한쪽 벽에 뜨거운 히터가 달려 있었던 것. 겨울에 틀어놓으면 얼마나 뜨끈뜨끈 했는지 모른다. 벽면에 히터까지 달아서 뜨거운 맛을 보여줬던 요가원은 그곳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그때는 아마 '핫 요가'가 유행이었으리라.


인도 현지에서 요가하는 것 마냥 뜨겁게 요가를 하고 나오면 사우나를 한 것 같았다. 24살부터 28살까지. 퇴근 후에 꼬박꼬박 요가원에 가서 요가를 했다. 힘들면 힘들수록 더 요가원으로 갔다. 딱히 할 수 있는 게 그것밖에 없었다. 용문도, 양평도 5일장이 서는 동네이다. 젊은이들은 없고 온통 할머니 할아버지들 뿐. 양평에 살면서 내가 가장 많이 간 곳은 도서관이랑 요가원일 것이다.




그렇게 주 5일 5년을 요가하면서 몸이 정말 많이 좋아졌다. 하지만 그것은 주관적인 기준에서였다. 아직도 제대로 되는 자세가 거의 없었다. 다운독을 하면 뒤꿈치가 땅에 닿았다가 떨어졌다가를 반복했으니 말이다.


어느 날은 정말로 마음을 굳게 먹고 일주일 동안 하루에 두 시간씩 수업을 들어본 적도 있었다. 어깨와 골반의 만성통증을 벗어버리고 바른 자세로 거듭나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게 딱 일주일을 한 후 독감에 걸리고 말았다.


독감에 걸려서 학교도 못 가고 일주일을 꼬박 쉬고 나서 깨달았다. 몸이 하루아침에 변하는 게 아니구나. 요가를 해도 제자리만 걷는 것 같았고 하지 않으면 퇴보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더 끈질기게 다녔다.




아직도 양평 요가원에서 생각나는 분들이 있다. 나는 비록 그분들의 수다에 낀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소파에 조용히 앉아 차를 홀짝이면서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짐볼에 앉아있던 파마한 단발머리의 아주머니, 머리를 확 밀어버려서 요가 고수의 향기가 풍기던 또 다른 아주머니. 그리고 내가 마지막까지 기억하는 요가를 정말 잘했던 까만 피부의 내 또래 여자 수강생.


그 수강생이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른다. 온몸이 아주 매력적으로 탄 사람이었는데 어깨 근육이 얼마나 멋졌는지. 뭐 하는 사람이냐고 몇 살이냐고 언제부터 요가를 했냐고 정말로 물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용기가 없었다. 그렇게 요가원을 떠나는 날까지 한마디 말을 못 했다. 얼마나 안타깝고 아쉬운 인연인지 모른다.




그때의 나는 말도 없이 똑같은 공간을 왔다 갔다 하면서 살았던 것 같다. 요가원 원장님, 요가 강사 선생님이랑은 이야기를 했지만 다른 수강생들이랑은 일절 말을 섞지 않았다. 아무도 나를 몰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양평에 정을 붙이지 못하고 떠나왔나 보다. 3년이 지나고 4년째 되던 해 임고를 다시 보기로 했다. 강원도 시골에서 자라 양평에서 풀냄새 거름냄새 맡으며 지내니 서울에 가서 매연 한번 마셔보는 게 소원이 되고 말았다.


1년 동안 학교에 다니면서 다시 임용고시 공부를 했다. 여름방학에는 이 좋은 방학에 놀지도 못하고 뭐 하는 건가 도서관에서 집에 올 때마다 눈물이 났다. 그래도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잘라야지 하는 마음으로 11월까지 공부를 했고 서울 임용고시에 붙고 말았다. 그 뒤로도 발령이 날 때까지 1년을 더 양평에서 살았다. 뜨거운 양평 '핫 요가'와 함께.



* 양평 핫요가는 지금도 11주년 이벤트를 열며, 아주 잘 운영되고 있다고 합니다. 웃음.

* 사진: UnsplashMatt Seymour , UnsplashJade Stephe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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