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시르사아사나 발 뗐어요!

10년째 초보요가 수련기

2023. 2. 3. 금요일. 기록적인 날이다. 왜냐하면 시르사아사나에서 혼자 발 떼기를 성공했기 때문!


정확히 말하면 발을 천장으로 끝까지 들어올린 건 아니고, 접은채로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선생님 없이, 벽 없이, 혼자만의 힘으로 끌어올린 첫 경험이었다.




수요일 빈야사 수업을 다녀오고 나서 몸이 계속 안 좋았다. 갔다가 집에 오는 길에 자동세차 아저씨에게 혼나고 침대에 들어가서 누웠는데 몸이 덜덜 떨렸다. 그제야 알았다. 요가를 좀 무리해서 했구나.


하루 쉬는 동안 몸은 또 뻣뻣하게 굳어서 허리, 어깨, 목이 아파왔다. '아, 너무 사는 게 우울하다. 이제 생리가 곧 시작하려나보다.' 축축한 우울의 냄새를 느끼면서 괜찮은 척 하루를 버티고 있었다.


이제는 안다. 내 상태가 이렇다는 걸 누군가에게 알리기보다는 그저 혼자 인정하고 깨닫는 게 낫다는 것을.




그리고 오늘 요가를 갔다.


시작은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곧 내가 10년 동안 안되던 자세 하나가 되었다. 바로 테이블자세에서 양쪽 손등을 매트 바닥에 대고 버티는 것.


전에는 손목이 너무 아파서 한 쪽씩 번갈아 가면서 했었다. 양쪽 손등을 바닥에 대고 버텨낸 것이다! 생각처럼 많이 아프지 않았다. 분명 몸이 좋아진 것이리라.


양쪽 손목을 구부려 땅에 대고, 무릎을 바닥에 대어 기어가는 자세를 한다.




다음은 시르사아사나였다.

시르사아사나는 팔꿈치를 바닥에 대고 뒤통수에 깍지를 낀 채 올라가는 물구나무서기이다.


사진: Unsplash의Nikola Murniece


나는 아무리 해도 절대,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처음에는 유연성이 없어서 발을 가까이 다가오는 게 안 됐다. 유연성이 좋아진 뒤엔 발이 들어 올려지지가 않았다.


긍정확언 100번쓰기를 시작하면서, 유튜버 '하와이 대저택'님이 먼저 작은 것을 끌어오기를 해 보라고 했다. 뭘 할까 고민하다가 시르사아사나를 성공하는 것을 상상하기 시작했다.


자기전에 가끔 물구나무 서는 모습을 상상하고 잤다. 누군가에게는 조금 노력하면 될 일이 나에게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기 때문에, 사실 절대 작은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상상한 지 얼마 안 돼서 시르사아사나 2가 먼저 발이 떨어졌다. 시르사아사나 2는 정수리와 두 손바닥으로 물구나무를 서는 자세인데, 팔꿈치를 직각으로 구부려 그 위에 무릎을 얹어놓으면 되기 때문에 받침대가 있어 발을 떼기 쉬웠다.


하지만 시르사아사나 1에 그런 받침대는 없다. 그냥 발을 올려야 한다. 한쪽씩 번갈아서 점프를 해본다. 잘하시는 분들은 두 발을 동시에 떼서 배 힘으로 쭉 한 번에 들어 올린다.




팔꿈치를 맞잡아 간격을 조절하고 뒤통수에 깍지를 껴 정수리를 바닥에 댔다. 그리고 조금씩 조금씩 발을 가까이 데려와서 점프를 해보았다.


한번 실패, 두 번 실패, 하지만 어느 순간 발이 가뿐해졌고 발이 공중에 붕 뜬 채로 유지가 되었다.


선생님이 전에 말했던 기억을 살려서 팔꿈치를 바닥에 꼭 눌러보았다. 뒤로 넘어질 것 같았지만 그래도 최대한 버텨보았다. 다른 회원들이 고급 동작을 하고 있을 때 나는 홀로 시르사아사나와 밀고 당기는 중이었다.


손에 땀이 쫘악 난 후에 바닥으로 내려왔다. 나 자신이 너무 대견해서 뿌듯함이 차올랐다.

'다시 해도 될까?' 하고 다시 한번 자세를 잡았다.


이번에는 두 번 만에 발이 붕 떠서 위로 올라갔다.


전보다 덜 무서웠고 어깨와 팔에 힘도 덜 들어갔다. 중심이 맞는 순간에는 어떤 무게감도 느껴지지 않았다.




아직 발을 쭉 펴서 위로 올리지도 않았지만 수업이 끝난 뒤 선생님에게 말을 하려고 기다렸다. 하지만 결국 타이밍이 오지 않아서 아쉬운 마음으로 요가원 밖으로 나가 엘리베이터를 탔다.


엘리베이터에는 연배가 있으신 요가 고수님들이 있었다. 그분들의 수다에 낀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얼굴만큼은 익숙했다. 나는 용기를 내서 수다의 틈에 잠깐 끼어들었다.


"제가 오늘 처음으로 시르사아나사에서 발을 뗐어요. 저 혼자요!"


"맞아. 봤어요. 너무 축하해요!"


요가 고수님들은, 어려운 동작을 소화해 내시면서도 내가 구석에서 뭘 하고 있는지 보고 계셨다. 정말로 격한 축하를 받았다. 엘리베이터에서 박수를 쳐주시는데 상이라도 받는 기분이었다.


"오, 이제 몇 개월 됐어요?"


다시 요가학원에 온 지 몇 개월이더라. 어린이집에 가서 낮잠 자기 시작한 후에 왔으니까 2~3달쯤 되었다. 하지만 나의 요가 경력은 자그마치 10년이 넘는다.


나는 그분에게 3달이라고 말을 하지도, 그렇다고 10년이라고 말을 하지도 못하고 어색하게 웃었다. 내가 웃는 동안 엘리베이터가 멈췄고 우리는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요가원에서 나와 집으로 향하니 몸이 날아갈듯이 가뿐했다. 새벽에 적었던 우울한 일기를 보면서 웃음이 나온다. 그래 축축 쳐지는 날도 있지 하지만 그 순간 뿐이니 너무 슬퍼하지 말자.


10년이 뭔가, 10년이 훨씬 넘었지.

나는 10년째 초보인 요가 수련생이다. 그리고 오늘 처음으로 시르사아사나에서 발을 뗐다!



* 사진: UnsplashJannes Jacobs



블로그에서도 일상을 나눕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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