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쓰는 요가 수행자 Jun 23. 2023

절뚝거리며 KTX로 친정 여행 가기

3살 아기와 함께하는 대중교통 여행

9시가 땡 하고 밖으로 나왔다. 기차시간에 늦을 수 있기 때문. 문밖에 나서면서도 늦으면 어쩔 수 없이 기차를 못 타고 집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엄마 말 잘 들으라고' 동동이에게 협박을 했다. 알아들었으려나 몰라.


공항철도 주차장에 주차하고 본격적으로 유모차를 꺼냈다. 가방 하나로는 아무래도 부족해서 백팩과 매는 가방을 챙겼다. 그리고 절뚝거리며 천천히 역 안으로 향했다.



예전 같으면 좀 늦어도 시간을 맞추려고 번개같이 달려갈 수 있었지만 지금은 새끼발가락 때문에 빨리 걷고 싶어도 걸을 수가 없다. 발을 디딜 때마다 찌릿찌릿 아파서 천천히 절뚝이는 리듬을 타며 걸어갔다.


그래 간다는 자체가 대단한 거야. 이 발을 해서 여기까지 왔잖아. 진짜 대단해.




그렇게 유모차를 끌고  승강장에 도착했다. 웬일인지 오늘따라 사람도 많다. 평소 같으면 노약자석이나 임산부석에 앉아서 여유롭게 갈 수 있었는데 오늘따라 사람이 꽉꽉 차있다.


건너가 봤지만 옆칸도 꽉 차있기는 마찬가지.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여기저기 훑어보다가 결국 유모차에 잠금을 걸어 놓고 그 자리에 섰다. 서울역까지는 40분. 그 안에 자리에 앉을 수 있을까.


그때, 김포공항역에서 사람들이 내리면서 구석자리 착한 청년이 자리를 내어주었다. 고맙다고 인사를 거듭하며 자리에 앉았다. 동동이는 이미 꿀잠을 자고 있었다. 막상 자리에 앉으니 열차는 가만히 있어도 철컹이며 알아서 움직였고 약간의 여유가 생겼다.




서울역에 도착하자 동동이가 깨서 내리고 싶다고 했다. 그래 내려보자. 코로나가 끝나고 사람이 정말 많아졌다. 외국인도 많고 한국인도 많고. 어디로 떠나려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다행히 역에는 여유 있게 도착했다. 그래서 아침도 먹지 못하고 출발한 동동이와 나를 위해 먹을 걸 사러 갔다. 버거킹 와퍼주니어 세트와 꿀떡을 샀다.


우리는 횡성까지 KTX-이음 열차를 타고 간다. 평창 올림픽 덕에 강원도 집에 KTX를 타고 다니게 되었다. 1시간 20분이면 도착하니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엄마랑 아기랑 단 둘이 여행하기 가장 힘든 구간은 바로 기차에 올라타고 내리는 것이다. 모든 짐을 몸에 짊어지고 휴대용 유모차를 접어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내리는 건 더 힘들다. 계단 아래로 아이를 안은 채 모든 짐을 다 지고 내려가야 하기 때문. 가끔 착한 아저씨들이 유모차라도 들어주면 정말 감사하다.  


그래도 지금은 동동이가 말을 다 알아들어서 "먼저 올려줄게 가만히 있어." 하면 좀 기다려 주기도 한다. 그렇게 열차 안으로 들어가면 복도 쪽에 짐을 놓는 선반이 있다. 짐을 올리고 우리도 좌석에 앉으면 끝!


(TIP. 좌석은 무조건 짐을 놓는 선반과 가까운 쪽으로 골라야 엄마가 편하다.)




긴장이 풀리니 이제야 발이 아파온다. 먹을 거 사랴 유모차 밀랴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다행히 횡성역에는 엄마 아빠가 승강장까지 올라와서 기다려주셨다. 동동이가 제일 좋아하는 할머니의 하얀 트럭을 타고 집에 가는 길. 그제야 어젯밤에 발로 소파를 걷어차는 바람에 팅팅부어 올라서 겨우 왔다고 엄마에게 말했다.




집에 들어가서 점심을 먹고 눕는데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 그냥 너무 좋다. 큰삼촌(남동생)을 동동이가 엄청나게 좋아하기 때문에 더 이상 엄마랑 놀아달라고 하지 않는다.


할머니가 사 온 뽀로로 비행기도 가지고 놀아야 하고, 삼촌이랑 커다란 인형도 꾹꾹 눌러야 하고 마당에 강아지도 보러 가야 하니 여기저기 돌아다니느라 바쁘다. 그래 재미있게 놀아라 엄마는 잠시 없는 걸로 할게. 웃음.  






사진: UnsplashSeungmin Yoon



블로그에도 놀러오세요~ 

https://blog.naver.com/gmj4119/223132073062


작가의 이전글 아이고야 내 발가락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