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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요가 수행자 Jun 26. 2023

'면'단위 시골의 병원 진료기

아빠의 하얀 트럭을 타고 간 구수한 병원 진료


친정에 도착해서 동동이가 한창 삼촌과 잘 놀고 있으니 아빠가 물었다.


"발가락 병원 가서 엑스레이 찍어보지 그래?"


아빠는 내 멍든 새끼발가락을 보고 우리 가족 중에 가장 안타까워했다. 항상 뜻밖의 사고를 많이 당했기 때문이다. 멍, 타박상, 골절, 상처 등등. 똑같이 농사를 지어도 엄마보다 아빠가 항상 몇 배나 더 많이 다쳤던 것 같다.


"딱 봐도 아파 보인다. 가서 사진 찍어봐. 그럼 괜찮은지 알 수도 있고."

"병원이 여기에서 몇 분이나 걸려?"

"한 10분?"




우리 집은 원주와 횡성사이에 시골에 위치하고 있는데, 10분 만에 갈 수 있는 병원이 두 개나 있단다. 하나는 횡성 대성병원이고 또 다른 하나는 원주 성모병원이다. 아빠는 그래도 원주가 낫지 않냐며 원주로 가자고 한다.


입고 있던 운동복바지 그대로 슬리퍼를 끌고 아빠의 트럭에 올랐다. 동동이에게 병원에 다녀온다고 하니 흔쾌히 고개를 끄덕인다.  


트럭은 시골에서 경운기 대신이다. 하얀 트럭을 타고 얼마쯤 갔을까. 꾀 규모가 있는 병원에 도착했다. 원주시 소초면에 위치한 이 병원에는 신경외과, 내과, 응급의학과, 재활의학과, 정형외과가 있다.




 번호표를 뽑자 바로 대기도 없이 바로 불러준다. 첫 진료라 몇 가지 정보를 적고 바로 정형외과 앞에서 기다렸다. 기다리는 동안 아빠는 남자 간호사랑 수다를 떤다.


"우리 딸이야. 새끼발가락이 다쳤데."

"아니, 어쩌다가요?"

"몰라. 어쩌다 그랬나 봐."


아빠는 친한 동생인 양 남자 간호사에게 말을 걸었다. 잠시 후 바로 내 이름이 불렸고 진료실에는 혼자 들어가겠다고 했다. 나이를 서른둘이나 먹어서 아빠랑 같이 들어가는 건 좀 창피한 것 같았다.




정형외과 선생님은 나이가 많은 할아버지였다. 발가락을 보여주자. "그래 한번 사진을 찍어봅시다." 하고 말하신다. 사진을 찍는 사이 아빠는 다시 수다 중. 곧 의사 선생님이 엑스레이 사진을 보여주신다. 얇고 기다란 발가락 뼈가 보인다.


"살펴봤는데 뼈는 괜찮아요. 이상 없으니까. 오늘 진통제 맞고 약을 먹어봐요."

그렇게 진료가 끝났다. 간호사가 한마디 한다.

"에휴, 많이 아프겠어요. 뼈가 이상 없어도 조심하셔야 해요."


시골에서는  병원에서 바로 약을 받을 수 있다. 따로 약을 조제해 약국도 없다. 가만히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면 이름을 불러준다.


(시골의 또 한 가지 특별한 점은 처방전이 없이도 약국에서 약을 지어 준다는 것이다! )




병원을 나오면서 아빠는 휠체어에 타고 있는 할아버지와 인사를 했다.

 

"아니, 여기 왜 왔어요? 일하기 싫으면 집에서 쉬지. 쓸데없이 병원에 와 있네."

"에이. 일하기 싫으니까 여기와 있는 거지."


젊은 할아버지는 웃으며 실없는 농담을 받아넘긴다. 환자복을 입은 걸 보니 다리가 아파 입원중이신 모양이다. 할아버지의 병문안을 온 듯한 뽀글 파마머리 할머니들은 수다 떠느라 정신이 없다. 아빠가 병원을 나서며 말한다.


"여기는 다 농사짓는 사람들이 와. 그러니까 얼마나 좋아. 이런 시골에도 병원이 있어서."


3일 치 약을 받아 들고 다시 하얀 트럭에 올랐다. 뼈가 안 부러져서 정말 다행이다. 이제 곧 나을 거라는 희망이 있으니 말이다. 아직도 절뚝거리고 아프긴 하지만 아무렇지도 않다고 마음으로 되뇌어 본다.


여기저기 아픈 시골 할머니 할아버지들. 그래도 믿을 만한 병원이 가까이에 있어서 다행이다. 건강하세요 다들.





https://blog.naver.com/gmj4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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