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쓰는 요가 수행자 Jun 26. 2023

오늘도 바람을 맞으러 갑니다.

바람 부는 날이 좋아 


아침에는 비가 내리고 우충중한게 습기가 몰려왔다. 우산을 펴기 싫어서 차로 동동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요가원으로 향했다.


새로운 일주일이 시작되는 날. 주말 동안 삐딱하게 지냈던 몸과 다시 화해하는 날이다. 요즘은 요가원에 오면 마음가짐부터 다르다. 전에는 어렴풋이 느꼈던 새로 태어나는 느낌을 더욱 강렬하게 느껴본다. 


아, 땀이 주룩주룩. 창문을 열어도 소용없는 습기와 열기 때문에 요가매트가 땀으로 젖는다. 윗옷은 이미 땀으로 젖어서 축축한데 얼굴에서는 끊임 없이 땀방울이 떨어진다. 원장님 아직인가요? 정녕 1시간 30분이 아직 안되었단 말인가요. 




요가를 마치고 엘리베이터에 서 있으면 내 정신은 머리 위 어딘가를 날아다니고 있는 것만 같다. 몸은 착 가라앉아서 제대로 된 뼈마디를 맞추었으나 나른함이 몰려온다. 그렇게 차로 돌아오는 길에 바라본 거리가 예사롭지 않다. 


바람. 바람이 불고 있다. 

내가 사랑하는 그런 바람이 분다. 


당장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다는 충동에 휩싸인다. 손에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을 들고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하지만 옷은 축축하고 아무리 바람을 맞아도 땀이 밴 요가복으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 샤워만 하고 나오자. 


집에 와서 주르륵 대충 샤워만 하고 밖으로 나갔다. 나무가 많은 곳에 그것도 키 큰 나무가 많은 곳에 가서 바람을 맞으면 좋으련만 시간을 보니 동동이를 어린이집에서 데려올 시간이 가까워 오고 있다. 




잎사귀를 정신없이 흔드는 나무는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만 같다. 나뭇잎이 촤르르르 흩어지면서 초록의 향연이 펼쳐진다. 어떤 나무이건 바람에 몸을 맡긴다. 살살 춤을 추고 때로는 강렬하게 나뭇잎을 흔든다. 당장 달려가고 싶다. 


아쉬운 마음에 정원 조성이 잘 되어있는 아파트 1층으로 나가본다. 바람이 나를 거세게 안아준다. 그래 이거야. 바로 이거지. 나도 모르게 입에는 미소가 지어진다. 


슬리퍼를 신고 천천히 앞으로 걸어가 본다. 잎사귀들이 흔들린다. 조용히 살랑살랑 흔들리다가도  열정적으로 잎사귀를 흔들어준다. 모든 나무가 살아서 움직인다. 그래그래. 너희도 바람이 맞고 싶었니. 


양손을 펼쳐서 바람을 느껴본다. 좋다. 거센 바람이. 




작가의 이전글 '면'단위 시골의 병원 진료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