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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요가 수행자 Jul 12. 2023

시골 토박이 농사꾼이 스마트 스토어 못하는 이유

생각보다 더 커다란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지난 글 : 10년째 옥수수값을 똑같이 받고 있다고요?


스마트 스토어를 만들기로 결심을 한 후 엄마에게 딱 하나만 요청했습니다. 바로 스마트 스토어를 만들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보내달라고요. 그런데 밭에서 일하던 엄마에게 뜻밖의 말을 듣습니다.


"아이디랑 비밀번호가 뭔지 몰라~"


엄마는 50대 중반 젊은 나이이신데요. 설마 아이디 비번을 모를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자동 로그인이 되어 있어서 여기저기 들어가고 이용은 했는데 막상 아이디랑 비밀번호를 기억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시작부터 헛웃음과 함께 그래, 모를 수도 있지. 아이디랑 비밀번호는 다시 찾으면 되니까 하고 마음을 다잡습니다.




그 사이 엄마집에 살고 있는 막냇동생에게 아주 오랜만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전화를 받은 동생이 희소식을 알려줍니다. 엄마가 아이디 비번을 너무 자주 잃어버려서 자기가 적어 놓았다는 것입니다!


동생은 곧바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카톡으로 보내주었습니다. 그걸로 스마트 스토어 가입을 해서 아무 서류도 필요 없는 '개인'자격으로 스마트 스토어를 오픈했어요. 물론 그 사이에 몇 번의 핸드폰 인증이 있었고 인증번호를 주고받고 하는 귀찮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일단 만들어 놓고 그다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차근차근 알아보는데 이번에는 엄마에게 다시 카톡이 옵니다.


"딸, 아빠가 매년 계약하는 아저씨한테 밭을 통째로 계약했대. 그러니까 스마트 스토어 안 해도 될 것 같아."


이건 또 무슨 소리? 알고 보니 직거래로만 물량을 팔기가 어려워서 옥수수 밭을 통째로 계약을 했다는 겁니다. 우리 집은 물론이고 다른 집들도 옥수수 아저씨한테 매해 통째로 계약을 해서 돈을 받는다고 합니다.


얼마에 어떻게 계약했는지는 묻지 않았지만 아저씨도 중간에서 마진을 남길 수 있으니 옥수수 밭을 계약해 가는 것이겠지요? 아마 옥수수 하나에 400원보다 더 적은 가격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엄마, 그래도 올해는 한 번 만들어나 보자. 그래도 남는 옥수수는 있지? 몇 개 안 팔리면 사업자 등록 안 해도 된데."


그렇게 엄마를 살살 꼬셔서 몇 개가 되든 한번 올해는 시범 삼아 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엄마와 나 둘만의 생각이고 아빠의 생각은 다릅니다.


저희 아빠는 그런 걸 뭐 하려고 하냐는 주의입니다. 밭을 통째로 팔면 얼마나 좋게요. 더운 날 나가서 옥수수 따지 않아도 되고 한 번에 목돈을 받게 되니 말입니다. 스마트 스토어가 뭔지도 모르겠고 시간도 많이 잡아먹을 것 같고 안 할 이유만 몇십 가지는 됩니다.


또 아는 사람이 사업자 등록을 했었는데 서류 들고 왔다 갔다 하느라고 고생만 하고 돈도 못 벌었답니다. 찾아보니 2월 10일 면세사업자신고, 5월 종합소득신고가 있더군요. 물론 농사꾼이 농사만 열심히 짓기도 힘든 게 사실입니다.




아저씨가 밭째로 사간 우리 동네 옥수수는 어디로 갈까요? 결국 돌고 돌아 소비자에게 가겠죠? 그러니 농산물을 기른 농부에게는 직거래가 유리할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평생 농사만 지은 시골 사람들이 접근하기에 인터넷 시장은 높은 진입장벽이 있습니다. 저희 동네 농부들은 대대로 그 자리에서 농사를 짓는 나이 많은 분들이 대다수이세요. 텔레비전에 나오는 젊고 똑똑한 농부들과는 좀 다르죠.


나이 든 분들이 키오스크 앞에서 망설이는 것처럼 스마트 스토어는 꿈도 못 꾸지요. 그나마 젊은 자녀들이 도와주지 않는다면 감히 도전할 수도 없어요.





저도 처음이라서 한참 헤맸습니다. 월요일 하루는 그것만 파느라 브런치 글도 못 올렸어요. 스토어 오픈은 다음 주 수요일 19일을 목표로 해 두었습니다. 7월 말 8월 초에 옥수수가 나온다고 하니 일주일 전에 열어두면 괜찮겠죠?


부디 이번 경험이 좋은 경험이 되어서 아빠도 "와, 이거 좋다!"라고 느껴보고 돈도 많이 버셨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내년에는 더 많은 분들이 싼 값에 맛있는 옥수수도 사고, 또 작지만 성실한 농부들이 더 많이 부자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사진: UnsplashSteven Weeks




https://blog.naver.com/gmj4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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