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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어지러운 날에는 집도 더럽다.

집을 깨끗하게 만드는 명상의 힘

마음이 뒤숭숭하고 어지러운 날이 있어요. 집안일은 해도 해도 끝이 없어요. 아침에 설거지가 그냥 쌓여있기라도 하면 어제의 나를 후회하며 설거지부터 하게 돼요.


저희 집 동동이는 새벽같이 일어나요. 새벽 6시면 나와서 두유 한팩을 먹고 책을 읽어달라고 합니다. 새벽에 글 쓰려고 일찍 일어났는데 동화책을 읽고 있으면 어찌나 아쉬운지요. 책을 안 읽어줄 수도 없으니 이런저런 핑계를 만들어 아이를 돌려보내곤 합니다.


"이번에는 동동이가 인형들한테 책 읽어주고 와. 알았지?"


그러면 인형들한테 가서 주절주절 말을 하다가 돌아와요. 하지만 그 사이가 정말 어찌나 잠깐인지 결국 일어서서 거실로 나갑니다.




아침부터 거실에 빼놓은 책들이 수두룩하게 여기저기 펼쳐져 있습니다. 책만 뽑으면 다행이지요. 장난감도 인형도 꺼내서 여기저기에 굴러다닙니다.


청소기를 돌리고 싹 치워놓은 보람도 없어요. 그래도 어린이집에 보내야 하니까 주섬주섬 가방을 챙깁니다. 어린이집 식판을 안 닦고 보낼 수는 없으니 설거지는 해야해요. 그래서 식판이랑 물병을 씻고 집청소는 나중에 하기로 하죠.




어린이집에 보낸 뒤에 일과는 곧바로 운동을 가는 거예요. 월수금은 요가를 가고 화목은 수영을 해요. 예전만큼 힘들지는 않지만 여전히 운동을 끝내고 오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그저 누워있고만 싶어요. 하지만 더러운 집이 저를 기다리고 있답니다.


마음이 어수선하면 청소를 해도 티도 안 나는 것 같아요. 해도 해도 힘들고, 앉았다 일어났다 하기도 싫고요. 그럴 때 좋은 방법을 하나 찾았어요. 바로 명상하고 청소하기.


명상을 딱 10분만 하는 거예요. 그러면 마음이 쫙 가라앉아요. 눈을 감고 이런저런 떠오르는 생각들을 그대로 바라봐요. 그리고 눈을 뜨고 나면 뭔가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는 느낌이랄까요. 더럽던 집이 그다지 더럽지는 않네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해요.




마음이 안정된 상태에서 청소를 하면 얼마나 쉽게 되는지 몰라요. 장난감 자동차가 한 40개 정도 되는데 금방 치울 수 있어요. 몇 초 만에 간단히 치워지는 마법을 보게 됩니다. 책도 정리하는데 얼마 안 걸려요. 5분도 안돼서 깨끗한 집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아니, 그럼 명상 안 하고 그냥 5분 만에 치우면 되는 거 아니에요?


글쎄요. 저는 그게 잘 안되더라고요. 마치 숨찬 상태에서 달리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열심히 치우고 있는데 계속 어질러지는 느낌이에요. 뭘 치우려고 쓰레기통으로 갔는데 가다가 물이든 잔을 쳐서 쏟아버린 뭐 그런 정신없는 느낌입니다.


일단 마음이 조급하고요. 조급하다 보니 이것저것 손은 데는데 잘 치워지지가 않아요. 그렇게 15분 치우느니 명상을 10분하고 5분 만에 정리를 끝내는 편이 훨씬 낫습니다.


명상을 끝내고 자리에서 눈을 뜨면 일상이 새롭게 느껴져요. 눈을 감기 전과 완전히 똑같은 일상인데 잠시 떠났다가 다시 집에 온 느낌이에요. 정확히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어요. 이제 김주환 교수의 '내면 소통'이 집에 도착했거든요. 그래서 한번 읽어보려고요.




신랑이 퇴근하고 오면 유난히 집이 깨끗한 날이 있습니다. 그런 날은 힘들게 청소한 느낌도 들지 않아요.


"왜 이렇게 집이 깨끗해?"

"아, 오늘은 명상을 두 번 했거든."


마음이 어지러우면 집도 더럽지만,

마음이 깨끗해지면 집도 깨끗해진다.

오늘도 산란한 마음을 잘 다스려 보겠습니다.




*사진: UnsplashAnnie Spra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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