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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요가 수행자 Jul 17. 2023

다 죽어가던 초록이에게 생긴 한 달 동안의 변화

식물은 생각보다 더 강하다.

말려 죽일 뻔한 저희 집 초록이에게 새로운 변화가 생겼습니다. 먼저 6월에 어떤 상태였냐면요 이파리는 거의 다 떨어지고 줄기까지 말라서 별 가망이 없는 상태였어요. 어떻게 정리를 하면 좋을지도 몰라서 마른 잎사귀를 다 따서 버리고 마른 줄기도 손으로 툭툭 꺾어냈습니다. 그리고 나니 줄기만 남은 식물이 되고 말았죠.


6월의 초록이

초록이에게 한 달 동안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요? 말려 죽이고 싶지 않아서 생각날 때마다 제가 먹고 남은 물을 조금씩 주었습니다. 그리고 때때로 작은 소주잔 정도 되는 컵에 물을 담아 주기도 했고요.


그런데 싹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적어도 1년은 있어야 다시 싹이 나지 않을까 생각했거든요. 다음 봄이 돌아오면 살아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었어요. 하지만 바로 며칠 후에 싹이 나기 시작한 겁니다.



작은 싹이 올라온 초록이


제 눈을 의심했지만 연하게 푸릇푸릇 올라온 건 분명 싹이었습니다. 싹이 처음 올라왔을 때는 너무 조그매서 사진으로 담기도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니 이제 잎사귀가 펼쳐지면서 분명히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잎이 점점 펼쳐지는 중입니다!


딱 한 달 동안 물을 잘 주었을 뿐인데 이런 변화가 일어나다니 놀라운 따름입니다.




어쩌면 사람들은 식물을 과소평가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풀은 쉽게 꺾이고 떨어지고 밟히잖아요. 언제든 죽을 수 있는 가냘픈 존재라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살리는 게 더 쉽다는 생각이 듭니다. 약간의 가능성만 있다면 언제든 살아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사실을 이번에 깨달았습니다.


말라서 줄기만 남았던 초록이는 다시 잎이 무성한 식물이 되기 위해 온몸으로 노력 중입니다. 꺾어놓았던 줄기마다 새순이 돋았고 이제 잎을 펼칠 날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금은 갓 나와서 연하고 보드라운 잎사귀이지만 곧 시간이 지나면 처음 우리 집에 왔을 때처럼 윤기가 흐르는 반질반질한 초록잎이 되겠지요.




마음 아파하고 포기하려고 할 때 독자님들이 댓글에 적어주셨어요. "마지막 사진 보니까 금방 살아날 것 같은데요?" 이렇게 한 달 만에 살아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식물에 물 주기를 시작하면서 작은 화분에서도 새로운 걸 배웁니다. 초록이의 안부는 가끔씩 전해드릴게요. 그럼 오늘도 푸릇한 생명력으로 하루를 여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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