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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요가 수행자 Jul 15. 2023

알고 보니 동갑내기 친구였던 초급반 수영 강사님

초급반 수영 강사님과 보낸 세 달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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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강사님이 여자인 걸 알고 나니 더 멋있어 보입니다. 남자라고 생각했을 때는 약간 여성스럽다고 생각됐었는데 여자라고 생각하니 파워풀하고 멋진 겁니다. 게다가 이제는 자세를 잡아 줄 때도 긴장을 하지 않게 되니 편안하고 좋습니다.


그렇게 물속에서 우러러만 보던 우리 스승님을 물 밖에서 처음 만난 적이 있었습니다. 바로 엘리베이터 앞이었는데요. 스승님은 수영장 프런트 직원과 함께 있었습니다. 제가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자마자 스승님이 말합니다.


"저 회원님이 남자라고 했던 그분이에요."

"아, 전화했던 분"




얼굴이 발개져서 어디로 또 숨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같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는 처지였죠. 게다가 옆에 다른 수영 회원님이 서 있었는데 스승님이 이번에는 그 회원님을 붙잡고 말합니다.


"회원님 제가 남자 같아요?"

"아뇨, 전혀요."

"근데 이 회원님이 글쎄 저를 보고 남자라고"


더욱 빨리 자리를 빨리 뜨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올라탔지요. 엘리베이터는 1층으로 내려가는 게 아니고 위로 올라가는 거였습니다.




"어디 가요? 내려가야죠?"


스승님이 밖에서 부르는데도 그대로 '문 닫힘' 버튼을 눌러버렸습니다. 엘리베이터는 위로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왔고 밖에는 여전히 우리 스승님과 프런트 직원이 웃으며 서 있었습니다. 스승님이 웃으며 엘리베이터에 탔습니다.


"뭐 그렇게 도망가요?"

"엘리베이터 빨리 내려오라고 올라갔다 왔어요."




그것도 변명이라고 얼버무렸습니다. 스승님이 분명 말했었습니다. 자기는 완전 내향형 인물이니 물 밖에서는 성격이 좀 다르다고. 아니 근데 물 밖에서도 저한테는 달랐습니다. 어찌나 짓궂던지요.


새로운 초급반 회원님들이 들어왔을 때 스승님이 또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저분이 글쎄 수업 첫날에... "

그래도 어쩝니까 제가 그런 실수를 한 것을. 흑흑.




하루는 스승님이 몇 살이냐고 물었습니다.

"만으로 32. 그냥은 34요."

"아.. 그러면 혹시 90년생이에요?"

"네."


알고 보니 스승님과 저는 90년생 말띠 동갑이었습니다. 그 순간 왠지 운명의 상대를 만난 것처럼 또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습니다. 우리 스승님이 나와 친구였다니.


멀리 떨어져 있었겠지만, 왠지 그동안의 세월이 후욱 지나가면서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시절을 지나 여기 수영장에서 딱 만나게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체육부였던 친구들의 얼굴이 스쳐 지나가기도 했어요.


친구야. 너도 정말 열심히 일하고 있구나.


그런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어느 날은 스승님이 손가락에 상처가 났는데 물이 닿아 너무 쓰리다며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그때는 당장 엄마 마음으로 방수 밴드를 붙여주고 싶었습니다.  




스승님은 초급반 끝날 때까지 에피소드를 우려먹을 거라고 하셨는데, 아쉽게도 이제 초급반을 마치게 되었습니다. 아쉬워서 어쩌죠. 다음 주에 중급반으로 바로 올라갑니다. 아직 실력이 모자란 것 같은데 오리발도 사랍니다.


다음 주 화요일에 수영장에 가면 우리 스승님을 위해서 작은 디저트를 사 가려고 합니다.  "스승님 수영장에서 당떨어질 때 드세요. 저의 마음을 담아."라고 작은 쪽지도 써 보렵니다. 덕분에 참 새롭고 떨리고 재미있었어요. 감사합니다.



*사진: UnsplashLavi Perchik


https://blog.naver.com/gmj4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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