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아니어도, 계절이 부르는 방향이 있다
봄이 오면 사람은 이상하게도 밖으로 나가고 싶어진다. 겨울 내내 웅크리고 있던 몸이 풀리는 것인지, 아니면 바깥 공기의 온도가 어떤 신호를 보내는 것인지. 이유를 따지기 전에 이미 발걸음이 먼저 움직인다.
올해도 벚꽃 시즌이 다가왔다. 벚꽃 여행지를 정리한 글을 보면서 어디로 갈까 고민하게 되었다. 꼭 벚꽃이 아니어도 된다. 그냥 익숙하지 않은 거리를 걷는 것만으로도 봄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경주를 1박 2일로 다녀왔었다. 유적지 사이를 느릿느릿 걸었을 뿐인데, 돌아와서 한 달쯤 기분이 좋았다. 여행의 효능이란 이런 것이다. 가서 뭘 하느냐보다, 일상에서 떨어지는 그 간격이 중요한 거였다.
멀리 가지 않아도 괜찮다. 부산 1박 2일 코스처럼 가까운 곳도 충분하다. 해운대 바닷바람을 맞으며 걷다 보면, 그곳이 서울에서 몇 시간 거리라는 사실을 잊게 된다. 거리가 여행의 질을 결정하지는 않는다.
물론 해외도 빼놓을 수 없다. 일본 벚꽃 시즌 여행은 해마다 유혹이 되는 계절 이벤트다. 교토의 철학의 길, 도쿄의 우에노 공원. 같은 벚꽃이라도 낯선 언어 속에서 보면 다르게 느껴진다.
여행 계획을 세우는 시간 자체가 이미 여행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제주 3박 4일 코스를 검색하면서 느꼈다. 일정표를 채우는 동안 마음은 이미 그곳에 가 있었다. 봄은 그런 계절이다. 어디든 가고 싶게 만드는.
당장 떠나기 어려운 사정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럴 때는 동네 산책만으로도 봄을 만날 수 있다. 평소 지나치던 골목에 핀 꽃 한 송이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면, 그때가 봄이 온 거다. 여행은 거창할 필요가 없다. 발걸음의 방향만 바꾸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