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이 아닌 창에는 모습이 반사되어 사람들이 보인다. 거울처럼 그대로의 모습을 기대하기는 힘들고 그렇다고 하기에는 실루엣보다는 선명한 듯하다. 창 너머로 보이는 사람들은 제 3자의 입장에서 마치 동물을 보는 듯, 아무 생각없이 지켜보고 같은 듯 같지않은 화면 속에서 안정을 얻는다. 하지만 창에 반사된 사람들은 다르다. 우선, 나와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것, 그렇기에 아는 사람과 만날가봐 두렵고 새로운 만남을 할까 설레게된다. 같은 시공간 속에 다양한 모습을 보는 것은 이 공간을 더욱더 현실적으로 만들고 투명한 창이 경계가 되어 여러 공간으로 나눈다. 나는 공간 사이에 존재하는 관찰자이다. 이 사람들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무엇을 하는건지 궁금하지만 흐릿한 창을 통해 혹여나 마주칠까봐하는 두려움에 그 궁금증은 사그라든다.
창 속의 관찰자는 밤에 깨어난다. 낮에는 잘 보이지않기에 그 시간동안은 무기력하고 삶에 대한 무수한 질문이 떠오르기 때문에 질문들을 잊기위해 그동안은 잠을 청한다. 창 밖에 그들은 나를, 나는 그들을 신기한 듯 쳐다본다. 그들은 수초이상쳐다보지않는다. 그저 눈길만 준다. 그렇지만 서로 관찰당하는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그들은 그 사실을 의식하지만 자신들이 그러한 행위에 가담하고 있다는 사실은 모른다. 창 속에 나는 누구에게 관찰당하는 것인가? 나를 의식하기위해서는 창너머의 모습이 아니라 창 속을 보아야한다. 나는 그들과 소통 할 수 없지만 서로의 모습을 통해 이해한다. 그게 설령 오해일지라도 우리는 소통한다. 하지만 그들은 외로워보인다. 무언가 원하는 듯하기도 하고 바라지않는 표정을 짓는다. 때론 생각에 잠기기도하고 아무생각없는 듯하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을 바라보며 그저 외로움을 달래주는 것 뿐이다.
오늘 안 사실이 있다. 바깥에 있는 사람들은 나를 의식하지못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시선을 둘 곳이 너무나도 많은 동시에 목적을 가진듯하다. 안에 있는 사람들은 다르다. 이야기 중 주변 사람의 얼굴이나 책상을 쳐다보다가 어느새 나를 쳐다본다. 나는 설레서 그들에게 내 존재를 어필해보지만 잠시후면 나를 의식하지못한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그들은 창 밖에 사람들을 구경한다. 더 가까이 보이는 건 나인데.. 그들은 야속하다. 나는 정성을 쏟고 싶은데 그들은 자주 독서와 휴대폰에 빠져있고 사색에 빠져 고민할 때만 나를 찾아온다. 그래도 나는 기쁘다. 그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그들이 좀 더 생각하고 고민이 많았으면 좋겠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과 나의 관계는 깊어진다. 그들 중 특히 눈에 띄는 사람이 있다. 그는 나를 특별이 더욱 각별히 의식하는 듯하다. 그는 같이 있는 동안 나를 열심히 본다. 마치 나에 대해 고민하듯이. 그가 글을 쓰고 있는 것을 볼때는 나에 대해 쓰는 건가 설레기도한다. 나도 그에 대해 글을 써본다면 '기대하지않는 삶은 사는듯하다'라고 정의하고 싶다. 기대하지않음으로써 의지하지않게되고, 원망하지않으며, 소소함에 행복을 느낀다. 그렇지만 그독하다. 고독을 버틸 줄 아는 사람만이 그와 같은 자격을 얻을 수 있지않을까싶다. 그러한 모습이 나였으면.
그를 특별히 의식하는 순간, 그는 한 곳에서만 보이지않았다. 어딜가든지 그를 보았고 그도 나를 보았다. 흐릿한 창을 통해서 우리는 아무말없이 서로를 주시했다. 그는 나에게 말을 걸고 싶어하는 듯하다. 그렇지만 우리는 그저 눈빛으로만 이야기할뿐이였다. 정확히는 나는 볼 수 밖에 없다. 연인이 창을 사이에 두고 말조차 들리지않는 상황이 오면 굉장히 괴로울 것이다. 서로 안지도 손을 잡는 것도 뺨을 어루만지는 것도 할 수 없다. 결국에는 눈물을 흘리거나 웃음을 짓거나 창에 서로의 손을 대보거나 등을 기대거나 할 것이다. 말을 할 수 없지만 서로 사랑한다는 사실을, 그리워한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우리 사이가 이와 다른 점이 있다면 그와 나는 그저 서로가 궁금할 뿐이다.
궁금함에 빠져 창안에 비친 그의 글을 읽어본다.
“사람들이 나와 말하면 떠나가 나는 사실만 말하거든 사람들은 이 부분을 굉장히 불쾌해. 그래서 그게 사실인줄 알면서도 남을 배려한다는 차원에서 포장하거나 간언하거나 돌려말하지. 맞아, 사실 사람들은 굉장히 불쾌하고 지독한 냄새가나.”
‘냄새가 뭘까?’ 나는 느껴보지않아서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