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퇴사 예정자들이 꼭 기억해야 할 한 가지

당신의 퇴사는 꼭 치열하기를

by 저스틴두잇


퇴사를 한 지 6년이 지난 나에게 퇴사를 어떻게 해야 잘하는 거냐고 질문하는 사람은 더 이상 없다. 내 의견을 물어본다면 해줄 이야기가 가득한데… 아무도 묻지를 않으니 퇴사 후 6년이 지난 내가 생각하는 퇴사를 잘하는 방법을 이야기해보려 한다.


뜨겁게 사랑했던 연인에게 좋은 이별의 방법은 무엇일까? 웃으면서 과거의 추억을 가슴에 묻자며 울고불고하는 이별? 서로에게 선물했던 물건들을 돌려주며 깔끔하게 모든 것을 정리하는 이별? 모두 헛소리다. 뜨겁게 사랑했던 연인에게 좋은 이별이란 있을 수 없다. 어떻게 이별을 맞이해도 그 이별은 가슴 깊은 곳을 후벼 파고 잊을 듯 잊을 수 없는 고통을 선사한다.


퇴사도 다르지 않다. 내가 열정을 바쳤던 조직일수록 아름다운 퇴사는 존재할 수 없다. 그동안의 노력과 서운함이 가슴 깊이 파고들며 아쉬움, 서운함, 미안함, 분노 같은 감정들이 쉼 없이 반복한다. 퇴사자뿐만 아니라 함께 일했던 동료와 선배들 역시 아쉬움과 미안함 그리고 배신감 같은 다양한 감정들을 경험할 수밖에 없다. 그런 상태에서 아름다운 이별이란 기대하기 어려운 게 현실인 것이다.


그래서 내가 말하고 싶은 좋은 퇴사 방법이란 아름다운 이별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퇴사를 예정하고 있는 당신이 꼭 기억해야 하는 한 가지는 당신의 퇴사가 100% 당신의 성장을 위한 과정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당신이 지금 퇴사를 결정했다면 지금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라. ‘당신의 퇴사는 얼마나 당신의 성장을 위한 결정인가?’


우리가 흔히 퇴사 이유로 이야기하는 사람 간의 갈등은 전형적으로 나의 성장을 위한 선택이 될 수 없는 이유다. 그 사람과 보내는 시간이 나의 스트레스를 높이고 그로 인해 나의 삶이 망가지는데 어떻게 그걸 견딜 수 있냐는 생각은 이해한다. 하지만 내가 이야기하는 것은 무조건 견디라는 것이 아니라, 퇴사를 결정하고 준비하는 태도에 관한 이야기이다. 단순히 사람이 싫어서 하는 퇴사는 퇴사 후 랜덤으로 다시 제비 뽑기를 하듯 회사를 옮기게 되고 그곳에서 또 고약한 인간을 만나지 않기를 하늘에 기도하는 것이 퇴사 과정의 전부일뿐이다. 이 과정에서 ‘나의 성장’에 대한 고민과 결정은 존재하기 어렵다.


반면, 사람으로 스트레스를 받아 퇴사를 고민했지만 그것이 나의 성장과 무관하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어떨까? 사람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퇴사를 고민하는 트리거가 되겠지만 퇴사를 최종 결정하기 위해서는 나의 성장을 위해 필요한 추가적인 과정과 선택에 대해 고민하고 공부하게 될 것이다.


나의 퇴사가 후자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단 한 번도 퇴사를 후회한 적이 없고 퇴사 이후보다 더 멋진 삶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확신한다. 나의 트리거 역시 사람으로 당겨졌지만 그 즉시 퇴사를 한 게 아니라 그때부터 나는 철저한 퇴사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사람을 핑계로 퇴사를 할 경우 시간이 지나서 나는 내가 도망간 것이란 걸 인정해야 하는 순간이 올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결정은 나의 성장을 위한 과정은 될 수 없기에 나에게는 완벽한 퇴사 플랜이 필요했다.


나는 나를 위한 퇴사 준비과정에 2가지 목표를 세웠다. 첫째, 회사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사람이 되자. 일 잘하는 직원이 퇴사할 때 누구도 내가 부족해서 나가는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럴 때 나 스스로도 도망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확신이 있었다. 둘째, 퇴사 후 랜덤 뽑기로 이직할 계획이라면 퇴사하지 않겠다고 결정했다. 이미 좋은 회사에 일하고 있는 게 사실이었고 더 좋은 회사를 갈 만한 경력이 나에게는 없다는 객관적인 사실을 인정했다. 그래서 퇴사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이직이 아닌 나의 새로운 목표가 명확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시작된 나의 퇴사 프로젝트는 약 1년에 걸쳐 완벽하게 준비되었다. 모든 선배들이 나의 업무상 태도와 성과를 인정해 줬고 앞에서도 이야기한 것처럼 누구도 내가 퇴사할 거라는 걸 예상하지 못할 정도로 나는 회사에 완벽히 적응한 직원으로 평가되었다 그리고 1년간 사업과 관련된 책, 영상, 등을 공부하고 휴가를 내면서 해커톤 등 창업 네트워킹에 참여하며 사업에 대한 목표를 세우기 시작했다. 특히 중요했던 창업자본 역시 1년간의 퇴사 플랜 기간 동안 열심히 모은 결과 퇴직금까지 포함해 충분한 자금을 마련할 수 있었다.


“이보다 완벽한 퇴사 플랜은 없다!”

나는 이제 나를 지켜주던 거대한 이 울타리를 벗어난다..

keyword
이전 04화퇴사자의 마지막 한마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