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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희순 Mar 16. 2021

이 넓은 우주에서 기댈 곳은 우리뿐이야


방을 둘러봐.

여기 우리 둘 밖에 없어.

저기 저 별 보여?

저건 통곡의 별이래.

인간이 각자 감당할 수 있는 슬픔이 있는데 그 슬픔이 넘쳐버리면 인간을 떠나서 저 별로 흘러들어 가는 거야.

좋은 별이네. 슬픔이 나한테서 빠져나가는 거잖아.

응. 그렇기도 한데 슬픔이 빠져나가면서 인간의 심장을 조금씩 떼어간다고 하더라.

그건 너무 아프겠다.

응 그래서 통곡의 별이래. 너무 아파서. 저 가까이 가면 눈물 소리가 들린다고 하더라.

통곡의 별은 얼마나 가야 할까?

가까운 듯 멀어 보여.

가까워지고 싶진 않다. 다른 별로 가보자.

저기 저 별 보여? 저 별은 환희의 별이래.

환희의 별? 우리가 보낸 마음들도 저기 쌓여있을까?

응. 그럴 거야. 꽤 많을지도. 그래 우리 저기가 좋겠다.

나는 너랑 이렇게 우주를 걸으면서 하는 대화들이 좋아.

아무리 쓸모없는 것들도 너랑 하면 대단한 주제가 되거든. 

아 답답하다.

이 동그란 모자 벗어버리고 숨 한번 크게 쉬고 싶어.

그런 김에 니 얼굴도 만져볼 수 있으면 좋겠다.

다리가 무거워.

얼마나 더 가야 할까?

내가 한번 뒤를 돌아볼게.

우리가 얼마나 왔는지 보면 알 수 있을 거야.

아니야. 뒤를 돌아보지 않는 게 좋아.

얼마나 멀리 왔는지 보이지 않거든.

우주에는 시작과 끝이 없어.

열 걸음 걷고 돌아보면 또 시작이 사라져 있을 거야.

그럼 그냥 우리 늘 지금이 시작이라고 생각하자.

우리의 시작과 끝 너무 슬프잖아.



우리 우주를 돌아다니자.두 손 꼭 붙잡고 오로지 서로에게만 의지한 채로.그 누구도 우릴 방해할 수 없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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