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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희순 Feb 26. 2021

그래서 지금 나는 어디를 헤엄치고 있는 걸까

                                                                                                                                                                                                                                                                                                              


부유-하다 1 浮遊 하다/浮游 하다         


1. 물 위나 물속, 또는 공기 중에 떠다니다.


2. 행선지를 정하지 아니하고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다.




'시선으로부터'라는 책을 보고 있다. 부유라는 단어가 나왔는데 글 흐름상 내가 알던 부유(잘 먹고, 잘 사는)와는 다른 의미인 것 같아 사전에 검색해봤다.


가끔 이렇게 생각지도 못하게 와 닿는 단어를 만날 때가 있다. 내 머리는 한번 보면 절대 잊지 않는 그런 특성 따위는 없다 보니 바로바로 메모에 적어두곤 하는데 이 단어는 메모뿐만 아니라 블로그를 쓰게 하는 매력까지 있더라.



부유하다 - 


나는 지금 어딜 떠다니는 것일까. 자주 생각하지만 자주 생각할수록 선명해지기는 개뿔 이상하게 더 희미해지고 어지러워진다. 오히려 생각을 적게 하는 것이 명료해지는 일일지도. 


내가 있는 이곳은 잠깐 머물러 있다가 떠날 곳이라고 생각하지만 가끔씩 이 곳에서 떠날 수 없게 된다면, 내가 평생 이곳에 머물게 된다면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끝없는 어둠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억지로  이런 생각들은 안 하려고 노력하는데 날씨라던지, 사람이라던지 하다못해 오늘 먹은 점심 메뉴가 그런 노력을 방해하는 순간 와장창 몰려오는 어두운.... 그림... 자... 가만 안 놔둬... 


근데 이 나이 때에 자신의 위치를 확실하게 알고 그것에 만족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싶다.

다들 그냥 내가 어디를 떠다니고 있는지 모르는 채로 앞만 보고 열심히 살아가는 거 아닐까.


인간이 자신에게 관대하고 남들에게 관대하지 못한 사람들과 반대로, 자신에게 관대하지 못하고 남들에게 관대한 그 두 가지 부류로 나뉜다면(너무 단순한 분류이지만) 은근히 후자가 많을 거라고 생각이 드는데(나도 그런 면이 있으니까)  모두들 자세히 보면 오리발도 없이 땀 뻘뻘 흘리면서 헤엄치고 있을 거야(물에서 땀이 어떻게나). 멀리서 나를 볼 수가 없으니 모르는 것 일뿐. 근데 다들 그거 아시죠 물속에서 걸으면 잘 안 걸어지는 거, 꿈에서 누구한테 쫓길 때 자주 느껴지는 그 느낌. 어쩔 수 없이 힘들 수밖에 없나 봅니다. 대신 도착하면 맛있는 밥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걸어갑시다. 메뉴는 뭐가 좋을까.. 피자.. 피자로 하자.. 오늘따라 피자가 먹고 싶으니까.


어쨌든 (암튼, 어쨌든 이런 단어를 굉장히 사랑한다. 무슨 말을 하든 이 단어 하나면 정리가 돼.. 마법의 단어)


우리 모두들 어딜 헤엄치고 있는 건지, 어디로 가고 있는 건지 모르지만 뭐 굳이 알아서 더 빨리 갈 수 있는 방법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걍 주변에 해초나 말미잘 해삼 이런 거 구경하면서 옆에 있는 사람들하고 물장구나 치면서 그렇게 유유히 떠다니자구요. 그게 또 은근히 재미있단 말이지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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