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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검둥새 Nov 22. 2020

그저 힘든 오후 업무

대원 열전, 장건

점심을 먹은 직후, 오후 업무 시간은 굉장히 피곤하다. 몸은 노곤하고, 정신은 혼미하다. 해야 할 일들은 산더미처럼 쌓여있는데 내 의지는 저 바닥에 있다. 하지만 아무리 식곤증으로 졸음이 밀려오고 몸이 무겁다 하더라도, 어쨌든 내 업무만큼은 제대로 처리하고 수행해야 한다. 카페인을 다시 한번 섭취하고, 정신을 다잡는다. 뺨도 두어 대 치고, 세수도 해보고, 사탕이나 껌도 씹어본다. 잠을 깨고 집중력을 찾기 위한 모든 행동을 다한다. 옛날 한나라의 장건처럼 말이다.


사기, 대원 열전에 나오는 장건은 무수한 장애물과 난관을 뚫고, 자신의 사명을 이루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보여준 사람이다. 당시 한나라의 한무제는 흉노족을 골칫덩이로 여기며 처리하고 싶어 했다. 그러던 와중 흉노족을 원수처럼 여기지만 힘이 부족하여 동맹을 찾는다는 월지 부족 이야기를 듣는다. 한무제는 사람을 보내 월지 부족과 동맹을 맺고 흉노족을 물리칠 것을 결심한다.


문제는 월지 부족에게 가기 위해서는 흉노족의 땅을 통과해야 했다. 아무나 보낼 수 없어 한무제는 보낼만한 괜찮은 사람을 물색했고, 거기에 장건이 자원한다. 당시 장건은 한중 출신의 낭관 벼슬을 하던 특별할 것 없는 사람이었다.


장건은 용감하게 나섰지만, 결국 흉노족의 땅을 지나다가 흉노족에게 붙잡혀 버린다. 흉노족에게 사로잡혀 흉노의 땅에서 무려 10여 년을 감금되어 살았다. 심지어 결혼도 하고 자식도 낳았다. 그러나 끝까지 임무를 포기하지 않은 장건은 결국 흉노족으로부터 탈출하는 데 성공한다. 탈출하여 한나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닌, 원래 자신의 임무였던 월지를 찾아간다.


장건은 페르가나 지역에 위치한 대완이라는 나라에 도착한다. 대완에서는 장건을 호의적으로 대하며, 월지로 향할 안내자를 붙여준다. 덕분에 장건은 월지에 도착하지만, 크게 실망한다. 월지는 흉노족에게 밀려 터전을 계속 이동하면서, 결국 소그디아나 지방에 정착하고 대하라는 나라까지 정복한 상태였다. 풍요로운 정착지에서 풍족한 생활을 하다 보니, 복수 따위는 잊은 지 오래였다. 결국 장건은 월지와의 동맹이라는 자신의 임무를 성공하지는 못하고 귀환한다. 그 와중에 다시 한번 흉노에게 잡혀 1년을 흉노 땅에서 보낸 뒤, 간신히 아내와 노예 1명을 데리고 탈출하여 한나라 땅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장건은 결국 임무를 성공시키지는 못했지만, 그 노력은 엄청났다. 무려 10여 년을 흉노 땅에서 감금되는 등 크나큰 장애물과 난관이 있었지만, 이 모든 것을 뚫고 자신의 임무를 향해 나아갔다. 돌아오는 길마저 수난을 겪지만 기어이 한나라로 복귀해 한무제에게 자신이 체험한 모든 것을 들려줬다. 결국 초기 목적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장건의 경험과 정보는 한나라 대외정책에 엄청난 영향을 주었다. 그리고 이렇게 장건이 개척한 길은 훗날 실크로드의 효시가 되었다.


장건은 굳은 의지로 끝까지 나아갔다. 장건처럼 굴하지 않는 정신으로 나는 오후 업무의 힘듦을 이겨내야 한다. 장건의 의지와 성실함은 결국 한무제에게 인정받아 존귀한 신분이 되었다. 실크로드라는 엄청난 업적도 세웠다. 나도 굳건한 의지로 맡은 업무를 한시라도 빨리 끝내고, 칼퇴근이라는 업적을 세울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하지만 내 의지보다 내 눈꺼풀이 무겁게 느껴지는 것을 보니 쉬운 일은 아니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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