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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석 Nov 24. 2024

01. 퇴사 1년 후. 공방을 시작하기까지

2024년 11월 21일. 아침 6시 40분

지금은 2024년 11월 21일. 아침 6시 40분입니다.


3시 30분에 일어나서 스트레칭을 하고, 커피를 내리고, 오늘 테스트할 패턴을 다듬고, 패턴에 맞게 원단을 잘라 놓고 어제저녁 남은 반찬으로 간단하게 아침을 먹었습니다. 아직 새벽이라 시끄럽게 재봉틀을 돌릴 수는 없었어요. 그래서 노트북을 켜서 이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어느덧 첫 번째 모자를 론칭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아마도 11월 말~12월 초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면 분명 지연되어서 한 12월 중순 정도 하겠죠. 그런데 사실 론칭이라고 이야기하고 있긴 하지만 조금 거창한 느낌입니다.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손으로 만드는 공방이라 하루에 2개를 만들어도 잘 만드는 수준 이거든요.

심지어 원단, 재봉실 등 모든 부자재들도 동대문을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직접 사모은 재료들이라 역시나 구매 수량이 많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론칭이라는 단어를 쓰기가 민망합니다. 하지만 작은 일이라도 처음 시작하는 일은 가슴이 웅장지기 마련입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모든 일의 원인이 된 육아휴직의 순간부터 시작해 볼까 합니다.


벌써 1년 전이네요. 2023년 11월 1일부터 육아휴직을 했었는데, 누구나 휴직을 하면 새로운 일을 꿈꾸기 마련이고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작은 거 하나라도 만들어서 팔아보고 싶었어요. '인스타나 유튜브를 보면 다들 잘하고 있는 거 같은데 나라고 못하겠어?'라는 생각이 있었던 거 같습니다. 그래서 어떤 아이템이 좋을지 고민해 보기 시작했죠.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나이브한 생각입니다.


육아휴직 기간인 탓인지, 처음엔 육아를 위한 아이템을 만들어보려 했습니다. 지점토까지 사서 다봉이(제 와이프입니다)와 가상의 샘플까지 만들어 보았어요. 둘이 와인을 마시며 서로 본인이 더 잘 만들었다고 프레젠테이션을 하는데, 빵 터지며 배꼽을 잡고 웃으며 서로를 비난했던 기억이 닙니다. 결국 실행하진 못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이유는 간단했어요. 저 스스로가 육아를 열심히 하거나 즐기는 사람이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실행을 위한 진정성과 마음의 동력이 부족했던 거 같습니다.

(처음 다봉이와 기획했던 아이 트림을 도와주는 육아 아이템. 이름이 트리미라서 TR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근데 이것도 만들어 볼까요?)




그렇게 무엇을 만들지 계속 고민을 하던 참에 결정적인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문제의 사건


수호(제 아들입니다) 친구의 아버지가 저를 보더니, 삭발에 관심이 생겨서 실제로 머리를 미셨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모범적인 인플루언서의 표본일까요. 제 머리를 보며 "삭발이 생각보다 괜찮아 보이네"라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진짜로 머리를 미는 분을 만난 건 처음이었어요. (너무나 감사합니다. 와이프 분 께는 좀 죄송합니다.) 생각해 보면 그때 트리거가 된 거 같습니다. 다봉이와 와인을 마시며 얘기하다가 장난처럼 모자를 만들어보자고 한 것이죠. 삭발을 20년 넘게 한 제가 아니면 누가 모자를 만들겠냐고 하며 호기롭게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평생 패션에 관심 하나 없던 제가 의류를 시작하는 건 너무나 막막했습니다. 그 유명한 동대문 종합시장도 한번 안 가봤던 사람이었고, 모든 옷은 다 회사에서 입기 위한 무난한 검은색 옷 아니면 나이키와 같은 편한 운동복뿐이었죠. 어느 정도냐면, 2019년 신혼여행 때 샀던 하와이 특산품인 타미 옷들을 아직도 입습니다. (세상에나... 지금도 집에서 그때 샀던 타미 운동복을 입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무것도 모르는 의류 시장에 그냥 뛰어들어 제작을 시작할 수는 없었습니다. 모자를 주문 형식으로 만들어주는 공장에 위탁하기엔 너무 불안했어요. 그렇게 시작하면 처음부터 큰돈이 들어가야 하니까요. 그래서 제작 방법을 배울 수 있는 방법을 한참을 수소문하다, 핸드크래프트 모자 제작 방법을 알려주는 공방을 한 곳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바로 전화를 걸어 약속을 잡고, 클래스 등록을 했어요.


그렇게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었던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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