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느끼는 것 11
살다 보면 기대하지 않던 것들이 뜻밖에 이루어질 때가 있고, 기대했던 것들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가 있다. 나 또한 28년이라는 짧은(?) 시간을 살았지만 기대했던 많은 일들이 이뤄지지 않았다. 기대는 기대한 만큼의 좌절과 후회를 내게 준다. 그럴 때마다 '다시는 기대하지 말자. 마음을 내려놓자.' 다짐하지만 언제나 똑같은 실수를 하는 인간인 나는 나도 모르게 내가 힘을 쏟는 어떤 것에 대한 기대를 놓지 못한다.
그동안 다양한 도전과 시도 속에서 기대를 이루지 못한 나에게 기대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고 내려놓을 수 있는 기회를 준 순간이 있다. 한 달 전 우리 가정에 새롭게 합류하게 된 생후 54일 차 아기다. 난 자아가 형성되는 청소년기 시절부터 쭈욱 결혼관이나 자녀관에 대한 생각을 했었다. (그 당시에는 여자 친구 조차 없는 존재였지만 왜 내가 그런 생각을 미리 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그만큼 내가 기대했던 내 인생의 큰 이벤트인데 결혼은 생각보다 나의 일상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었고, 그랬기에 결혼에 대한 기대는 현재에도 조금씩 채워나가는 중이다. 그러나 자녀에 대한 기대는 너무 달랐다. 내가 생각했던 기대보다 훨씬 그 이상의 행복이 나에게 찾아왔고, 이것은 살면서 처음 겪어보는 종류의 행복이었다. 기대 이상의 행복은 나와 내 주위 사람들을 행복하게 했지만 나도 모르게 나의 기대를 훨씬 높여버렸다. 50일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내가 아이에게 가져버린 기대를 아이가 이뤄주지 못했을 땐 아이가 조금 미워보이기도 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미움의 생각은 그다지 길게 가지 못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에게 기대를 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모순적이었다. 그러면서 절대 기대하지 말자고 다짐했고, 아내와 함께 그 생각을 항상 되뇌었다. 기대를 내려놓자 모든 것들이 뜻밖의 행복이었다. 갑자기 웃는 아이의 웃음도, 서럽게 우는 아이의 울음도, 갈자마자 싸는 아이의 응가도 현재 우리 가족에겐 행복이 되고 있다.
난 아기보다 상대적으로 훨씬 많은 시간을 살았기 때문에 많은 것들을 아기에게 주려고 했다. 그러나 아기는 내가 그동안 하지 못했던 기대를 내려놓는 법을 알려주고 있다. 이제 세상에 태어난 아기이지만 내가 아기에게 주는 것보다 아기가 내게 주는 것이 훨씬 가치 있고, 소중하다는 것을 느낀다. 앞으로 내가 만나게 될 예측할 수 없는 많은 것들과 예측할 수 없는 많은 일들 사이 가운데에서 그것이 이뤄지든 이뤄지지 않든 그것에 대한 기대를 내려놓는 것이 나에게 더 큰 행복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오늘도 주어진 내 할 일을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