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경험한 곳이 지금도 그 풍경이 유지가 되고 있다면 그건 정말 행복한 일일 것이다.
내게는 그런 장소가 있는데, 바로 초등학교 때 내가 살던 곳 그리고 학교주변이 꼭 그대로다.
마치 시간이 멈춘 것 같이 그곳은 내 기억속 친구들만 없을 뿐이지 그대로 유지가 되고 있다. 그래서 종종 시간여행을 떠나고 싶으면 예전 내가 살던 동네로 훌쩍 걸어가본다. (지금 사는 곳에서 도보 20분도 안 된다)
이 지역에서 태어나 이 지역토박이로 쭉 살고 이사를 하더라도 옆동네, 그 동네, 뒷 단지 이런 식으로 쪼금쪼금 옮겼기때문에 어차피 거기가 거기고 다 아는 곳이다. 심지어 독립한 곳도 같은 동네니까 나의 활동력이랄지 글로벌한 면은 전혀 없다는 것을 일생을 통해 증명하고 있는 것 같다. 필사적으로 '나는 절대 움직이지 않을거야'라는 느낌이다.
실제로 다른 지역에 독립도 생각을 해봤는데 연고지가 없는 곳은 사실 살아도 사는 게 아닌 것 같은 기분이 들 것 같고 나는 내가 태어나고 자란 지역에 사실 내가 여기는 것보다 훨씬 더 좋아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이 내가 좋아하는 추억의 장소도 바로 근처라서 정말 편하게 왔다갔다 즐길 수 있다. 굳이 고향땅 찾아 기차를 타거나 버스를 타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퇴근하고도 훌쩍 갈 수 있는 나의 추억의 세상이다.
내가 말한 추억의 공간에는 광덕공원이라고 있다. 원래는 그런 이름도 없었던 것 같은데 생겼고 꽤 쾌적해져서 이 장소만큼은 꽤 변했다. 그러나 내가 아는, 그 시절 그 장소를 기억하는 사람만이 아는 포인트가 있어서 재밌다. 바로 식수대. 이건 마치 식수대와 나와의 비밀이야기 같다.
식수대도 이전 허름하던 그 모습과는 다르게 훌륭하게 변했다. 다만 귀퉁머리취급을 받는 느낌이고 통행인 누구든 '이건 뭐야'라고도 하지 않을 정도로 매우 존재감이 없는데, 나는 그 곁을 지날 때마다 '흘긋' 아는체를 한다. 그러면 마치 식수대도 '날 알아?'라는 듯이 흘긋하는 기분이 든다.
난 널 알지. 넌 항상 그 자리에 있었잖아. 20년 전에도 30년 전에도. 이 자리를 계속 지켜왔다는 걸 알아. 내가 어릴때 여기에 놀러왔었는데 그때마다 너가 있었어. 신나게 놀던 아이들도 목을 축이고 식수걱정을 하지 않던 사람들이 패트병을 들고 와서 물을 받아가던 곳이었어. 너는 그때당시 참 인기가 많았어. 존재감도 컸고. 지금은 그다지 찾는 사람도 이용하는 사람도 없다하더라도 나는 널 알고, 너의 인기있던 모습도 잘 알아. 너를 통해 그 시절을 봐.
모든 게 변해도 한 가지만 유지가 되어도 난 그 시절로 홀연히 날아간다. 흙먼지 가득 낀 공원이라고 할 수도 없이 허름하던 그 평지에 아이들은 우글우글하고 너는 햇빛을 받아 반짝반짝 윤이 났지. 그 시절의 너도 생각이 나고 너를 바라보며 지나치는 내 어린 모습도 상상이 되면 마음이 훈훈해져. 사라져도 사라지지 않는 것들이 있어서 고향땅은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