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일수록 내색하지 않고 웃는다

by 김지은

세상에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하나뿐인 내 여동생이다. 엄마도 있지만, 엄마랑은 좀 다른 개념으로 동생은 내게 각별하다. 진정 사랑한다 말할 수 있는 건 내 동생 뿐. 나머지는 다 가짜사랑같다. 이전 글에서도 동생을 언급한 바 있듯이 동생은 내게 언니같이 든든하고 자상하고 겉으로는 말괄량이 같이 굴지만 사실 속이 깊다. 배려하고 이해하고 도와주려하고 무엇보다 그게 꾸밈없이 느껴져서 단숨에 알 수 있다.


오히려 이런 사이일수록 무거운 대화는 피하게 된다. 잘 지내는지, 속상한 일은 없는지, 몸은 괜찮은지, 너무 바쁘진 않은지, 우울하진 않은지. 그렇다하더라도 감춰야하는 게 맞다고 더더욱 여겨지는 사이. 날 걱정하지 않도록 해야하는 사이, 그게 진정 사랑하는 사람이어야 가능한 것 같다. 나 힘들다고 어거지를 쓰고 보여주고 내색하는 건 상대를 생각한다면 절대 그럴 수 없다. 만일 누군가 너무 아프다, 힘들다 매번 투정을 부린다면 그건 날 믿어서가 아니라 나를 그저그렇게 여긴다고 봐도 무방하다. 내 기분따위는 상관없이 나를 쉽게 이용하고 놔버릴 사람일 수 있다.


하지만 언제보더라도 연락을 하더라도 항상 밝게 날 반기고 잘 지낸다 든든히 말한다면, 오히려 날 위해 많은 걸 감추고 웃는 것일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사이라면 서로 말은 하지 않아도 상대의 피로, 슬픔, 우울, 괴로움을 대강은 느낄 수 있다. 말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무언가를 물어보는 것보다, 대신에 좀 더 자주 안부를 묻거나 안부를 전하거나 재미난 화재를 자주 언급한다. 우리에겐 우리의 일상이 항상 재밌거나 밝을 수만은 없으니까, 대신에 너의 어두운 일상에 대해 밝은 것만을 언급한다. 나와의 대화에서 좀 더 네가 기쁘도록, 즐겁도록, 자신의 시간을 사랑하도록.


요즘 우리 자매의 대화 주제는 조카다. 하나뿐인 조카. 이제 막 돌이 지나 예쁜 짓도 많이 하고 이모도 알아본다. 남편이랑은 어떠니, 몸은 좀 어때, 피곤하지 않아? 라는 노골적인 질문 대신, 우린 조카에 대해 하루 온종일 대화한다. 몸을 떨어져있어도 메신저로 열심히 조카의 사진을 보내고, 조카의 사진을 보며 꺄르르 웃고, 어릴적 너의 이야기를 하며 조카와 닮았다는 것을 말한다. 내가 너의 어릴적을 기억하고, 너를 닮은 조카를 사랑하고. 너는 또 조카에게서 문득 보이는 언니인 나의 어릴적 아기때의 모습을 찍어 내게 신기하다며 보여주고. 너도 나를 기억하고, 그걸 조카를 통해 전한다. 조카를 통해 소통하며 전한다. 언니를, 동생인 너를 많이 그리워하고 생각한다고. 그걸로도 충분하다. 함께하지 못하는 일상은 너무나도 단조롭고 그립고 슬프고 쓸쓸할때가 많지만 그래도 내 일상에 그리고 너의 일상에 우리는 항상 함께 한다.


세상에 단 한 사람, 내가 진심으로 사랑하고 아끼는 존재가 있어 다행이고 그게 내 동생이라 감사하다.


우리는 앞으로도 그렇게 서로 밝은 모습으로 서로의 안위를 걱정하고, 관심을 가지며 지내겠지. 조카랑 놀아주는 너의 모습을 보며 잘 지내는 구나 여길 것이고, 너 또한 고양이랑 잘 지내며 보내는 사진을 보며 내가 잘 지냄을 느끼겠지. 우리는 항상 걱정말라며 밝게 웃을 것이고, 슬펐던 일들은 아주 나중에 또 언젠가 만나 나즈막히 나눌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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