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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상순 May 23. 2023

엄마의 아침 식탁 7

길 위에서

엄마와 나들이 중이다. 엄마는 내가 운전하는 차에서 편히 쉬지 못한다. 차가 오가는 상황을 살피느라 풍광을 놓친다. 어쩌면 오른발은 수없이 브레이크를 밟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가끔 엄마를 운전석에 태운다. 차에 타라고 문을 열어주고 차 뒤로 돌아와 보면 엄만 운전석에 앉아 있고 나는 조수석에 탈 참이다. 그 모습이 너무 재미있어서 둘이 마주 보고 한참을 웃는다. 재밌지만 낯선 모습은 아니다. 엄마는 30년이 넘는 운전경력자니까.


자주색 포니 원. 엄마의 첫 차다. 내가 중학생 때 운전을 시작한 엄마는 20년이 지나 딸이 살겠다고 내려온 지리산 첩첩산골에 트렁크 가득 손수 담은 물김치를 싣고 내려왔다. 엄마는 도착하자마자 울기 시작했는데 그게 물김치가 반절이상 쏟아져서인지 딸 사는 곳에 이르는 길이 한정 없는 꼬부랑길이어서인지는 아직도 알 길이 없다.


딸은 멀리 왔고, 영리한 엄마는 딸의 뒷배인 지리산을 자랑거리로 삼았다. 어떻게든 우리는 버텼다. 그러니 오늘, 엄마가 맡은 꽃향기를 잊는다 해도, 아침에 맛본 음식을 기억하지 못한다 해도 나쁠 건 없다. 아직 같이 있으니까. 운전석과 조수석이 바뀐 채로 또 길 위에 있으니까.


오늘 아침 식탁은 더 많은 다른 존재의 노고에 빚진다.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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