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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상순 Jun 13. 2023

엄마의 아침 식탁_최종

아무것도 모르겠는 마음으로

속았다.

열여섯 번 차려진 엄마의 아침 식탁을 빼놓지 않고 들여다본 이가 있다면, 그런 당신은 속았다. 한없이 다정한 딸이기만 한 것 같은 나는 실은 숨 쉬듯 엄마를 평가했다. 분별했다. 그보다 더 자주 엄마를 가여워했다. 쉰셋의 내가 여든아홉이 되었을 때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할 일들을 해내는 엄마를 무시했다. 딱해했다. 존중과 평등의 감각을 외쳤지만 실은 나는 그게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엄마는 서울로 돌아왔고 나는 며칠 전부터 자주 울었는데, 그게 언젠가 도래할 엄마의 부재를 상상했기 때문인지, 엄마에게 더 잘할 걸, 뒤늦은 후회 때문인지 그것도 알지 못한다. 그저 바라는 게 있다면, 그게 나에 대한 연민만은 아니었으면 한다. 만약 그렇다면 그건, 하루하루를 매일매일 새롭게 산 엄마에게 너무 큰 빚을 지는 일이니까. 아무것도 모르겠는 마음으로 엄마와 헤어진 용산역, 수시로 바뀌는 열차시각현황표를 바라본다. 아무것도 모르겠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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