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 서비스는 정말 서비스인가
초등학생 때였던 것 같다. (솔직히 말하자면 국민학교다. 나는 초등학교 안 다녔다. 국민학교 다녔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중국집 (중국요릿집이다. 그땐 다들 중국집이라고 불렀다.)이 있었다. 한자 간판 밑 하얀 문을 열고 들어가면 붉은 발이 찰랑댔고 홀 정면에 물고기 모양 작은 가림막이 있었다. 그 가림막이 올라갈 때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음식들이 등장했다. 짜장면도 탕수육도 볶음밥도 모두 물고기 가림막을 밀고 나서야 내가 앉은 탁자에 당도할 수 있었다.
물고기 가림막을 통과한 음식 중 단연 내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은 군만두였다. 만두소를 야무지게 감싼 도톰한 만두피는 노르스름한 빛깔만큼 바삭했다. 짜장면을 비롯한 중국 음식이 소위 배달 음식의 대명사가 된 것이 먼저였는지 군만두가 탕수육의 옵션으로 '서비스'라 불린 것이 먼저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철가방에서 꺼낸 순간, 이미 식고 눅눅하고 질길 것으로 예측되는 냉동 군만두에 비할 맛이 아니었다.
군만두가 서비스가 된 이유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바로 대량 생산된 공장식 냉동만두다. '군만두는 왜 서비스가 되었나'라는 다소 비장한 문장을 검색창에 집어넣으니 1965년도 한 중식당의 메뉴판이 뜬다. 지금 시세로는 이해가 안 되는 가격이다. 우동과 짜장이 60원인데 군만두와 물만두가 우동과 짜장의 두 배, 120원이다. 식당 대표가 설명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그땐 가게에서 만두를 빚었으니까요. 지금은 중국집 대부분이 공장에서 만드는 만두를 쓰잖아요. ‘군만두 서비스’가 그래서 있을 수 있는 거고요. 우리 집은 이제 만두를 안 해요. 공장 만두를 쓸 순 없고, 일손이 모자라 만들 수도 없어서. 옛날엔 주방에서 다 직접 했어요. 닭도 가게 뒤에서 키워서 썼고, 면도 손으로 뽑았죠. 수타를 무슨 기술처럼 말하던데, 옛날엔 기술도 아니었어요. 다 그렇게 했으니까."
-<군만두가 서비스? 짜장면보다 2배 비쌌다... 1965년 메뉴판 사연>, 중앙일보, 2022, 07,07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서비스업을 "생활의 편의와 삶의 질 향상을 위하여 무형의 노무를 제공하는 산업'으로 정의한다. 그러나 군만두 서비스의 서비스는 '무상'이라는 의미에 가깝다. 올*에서 화장품을 구입하는 딸들은 스킨/로션 샘플 서비스를 알 리 없지만, 그때 그 시절 스킨/로션 샘플 역시 무상, 공짜, 프리였다. 셀프서비스는 서비스일까. 고객을 위한 필요 이상의 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하지 않겠다는 으름장은 아닐까.
서비스는 돌봄의 영역에 스며들었다. 아이돌봄서비스, 노인맞춤서비스,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등 아이를 돌보고 노인에게 필요한 도움을 제공하고, 장애인의 일상이 유지될 수 있는 활동을 보조하는 일이 서비스가 되었다. 탕수육에 따라오는 식어 빠진 군만두, 공짜이며 무상이자 프리인 서비스가 되었다. 한 존재가 삶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영역이 서비스라는 이름 하에 유통되고 있다. 군만두는 유상이었고 고가였음에도 대량 생산을 통해 헐값이 되었다. 애초에 대가를 지불하지 않았던 돌봄 노동은 서비스라는 네이밍을 통해 어떤 운명을 겪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