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화
34화 비가 오는 날이면 당신을 떠올려요. 2-3
그날의 우산이 마음에 걸렸다.
비가 그렇게 오는데도
나만 쓰고 있던
스스로가 싫었다.
고맙다고 말하고
뒤돌아선
첫사랑을 불러 세워
손에 우산을 쥐어주고
멋있게 뛰어가며
사라지는 나를 계속 상상했다.
왜 그러지 못했을까,
나이도
생각도
왜 이렇게 어릴까,
고작 3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데
이상한 편견과 주도하는 삶을
살지도 않은 나의 존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첫사랑 앞에서는
자꾸 숨고만 싶었다.
그때 고백을 하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열병은 서서히 식어갔을까,
뜨겁게 폭발했을까,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후회가 남는다.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면,
차라리 고백을 하고
후회가 맞는 거 같지만
다시 돌아간다면
고백을 안 하고 싶다.
그 사람을 내 곁에 둘 걸,
첫사랑오빠의 곁에서 또는
옆에서 많은 것을
배우게 내버려 둘 걸 그랬다.
감정은 희석되기도 하고
변형되기도 하고
방금 일어난 일처럼
온전히 느끼기도 하고
그래서 도무지 정의가 되지가 않았다.
그리고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한파였던 걸로 기억한다.
대학친구들과 늘 그렇듯
시내에 나왔는데
사람 많은 곳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같이 지냈는 친구들이 좋아서 어울렸다.
더 솔직하게 말하면
먹는 거를 좋아해서
새로운 신상이 나오면
먹으러 가는 재미였다.
광장 같은 곳을 떠들며
시끄럽고 많은 사람들 사이로
모르는 얼굴이
흐릿하게 스쳐 지나갔고,
어깨가 부딪히지 않도록
조심하는 데 집중하고 있었다.
그 순간만큼은 생각이 나지 않았다.
늘 어디선가 마주치지 않을까,
마주쳤으면 좋겠다고
밖을 나올 때는
그런 마음이었는데
어딜 가야 마주칠 수 있을까였다.
길가에서 마주치는 확률이 얼마나 될까,
그 많은 인파 속에서
지나치는 사람과
어깨가 살짝 닿아서
비켜주고
다시, 앞을 보았는데
시공간이 허물어지고 있었다.
그 사람이었다.
나의 첫사랑.
많은 사람들 속에서
한눈에 알 수 있었다.
눈이 마주치고 얼어붙었다.
그 짧은 시간 동안 멈췄다.
나도,
첫사랑도,
첫사랑이 어! 하고 내뱉자,
작은 골목으로 뛰어 들어가
다리에 힘이 풀리면서
왼쪽가슴부터 부여잡았다.
괜찮아졌다고 여겼는데
숨이 안 쉬어 질정도로
심장이 아파왔다.
친구들이 놀래서 쫓아왔다.
왜그래, 놀랐다고
어디 아프냐는데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이곳에서 마주칠 거라
예측하지 못했는데
마주치고 싶을 때는
그렇게 빌었는데
하필이면 왜 마주쳤는지
세상이 원망스러웠다.
옷이 한결 가벼워질 봄이 오자,
평일 오후 5시 50분이면
발신자표시제한으로 전화가 걸려왔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