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화
33화
비가 오는 날이면 당신을 떠올려요. 2-2
그 순간에도 어렸다.
그 마지막 순간까지도
나밖에 모르고
누군가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게 어색했다.
가까이서 얼굴을 빤히 보던
첫사랑은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요”
그 말을 듣고
첫사랑은 뒤돌아 택시를 잡으러 갔다.
택시를 타고 가는 모습을
보면서 다리가
움직여지지 않았다.
시야에서 사라지자
알 수 없는 감정이 들었다.
그 순간에도
연락이 오지 않을 걸
직감했다.
우리는 끝내 서로에게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었다.
‘앗 우산,‘
그제야 비가 오고 있다는 걸 알았다.
첫사랑은 우산도 쓰지 않고
나왔는데 같이 우산이라도 쓸걸,
택시 잡을 때 우산을 씌어줄걸,
아니면
우산을 손에 집어주고
멋지게 사라질걸…
우산으로 별별 후회가 들었다.
스스로가 우산을 쓸
자격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알 수 없는 감정 때문이었는지,
몸에서 주체할 수 없는
열이 나서인지,
비를 맞고 집에 가고 싶어서
쫄딱 맞으며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게 걸었다.
그 와중에 하늘에는 햇빛이 돌면서
언제 그랬냐는 듯이
비가 멈춰버렸고
지나가는 사람들은
이상하게 쳐다봤다.
하나도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
옷이 젖었는데도
추운지도 모르겠고
몸에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데,
슬프지도
후련하지도 않았다.
드라마를 보면은
울던데
눈물이 나오지도 않고
덤덤했고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
집에 도착하자
긴장이 놓여서인지
피곤이 몰려왔다.
샤워기로 따뜻한 물이
몸에 닿자
10대 때 읽었던 유명한
일본의 소설책
냉정과 열정사이가 떠올랐다.
내용이 심오해서
이해가 되지도 않고
와닿지도 않았는데
소설에서 여주인공인 아오이가
따뜻한 욕조에서
몸을 담그는 장면이 많이 나왔다.
아오이가
왜
따뜻한 욕조에
몸을 담그는지
조금 알 것 같았다.
따뜻한 물이 살에 닿자
위로를 받는 느낌이 들었다.
따뜻함이 주는 온기랄까,
이불자리에 누워
아무런 생각 없이
잠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번호를 준 사람에게
처음으로 연락이 오지 않았다.
이미 예견한 일이라
마음이 동요되지 않았다.
이제야 벗어날 수 있겠지,
실연에 눈물이 날 줄 알았는데
꼭 그렇지 않았다.
그리고
후련하고 시원할 줄 알았고
끝일줄 알았는데
실질적인 마음의 끝은
없었다.
오히려 대놓고 볼 수 없음에
절망했다.
고백을 하고 나서
오르락내리락
심정의 파도는 거세졌다.
짝사랑을 끝내는 방법이었는데
끝이 나지 않고
오히려
좋아하는 마음이 확정되는 고백이 되어
또 다른 속앓이가 시작되었다.
복잡하고 엉켜버린 실타래가
확실하고 정확했으면 했는데
풀릴 줄 알았던 실타래를
다시 꼬아버렸다.
남들의 사랑의 형태는
잘 보이고 괜찮게 보이던데
내 사랑의 형태는
보이지도 않고
잘 모르겠고 왜 이렇게 심오한지,
고백의 이후로
몇 주가 지나고
발신자표시제한으로 전화가 왔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