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는 날이면 당신을 떠올려요. 2-1

32화

by 무유

32화 비가 오는 날이면 당신을 떠올려요. 2-1






그날의 공기, 냄새, 입었던 옷,

그날의 감정까지,

또렷이 기억이 난다.




달콤해야 했던 화이트데이의 날씨는 최악이었다.

손가락과 발이 시려웠던 겨울날이었는데

코와 볼이 빨개지도록 추운지 몰랐다.

구슬비가 내리다가 빗방울이 거세졌다가

멈췄다가 해가 떴다가 해가 보이지가 않았다.

다시 구슬비가 내리 고의 반복이었다.


중요한 날이니만큼

3단 접이식 우산을 챙겨

접었다가 펼쳤다가 하다가

첫사랑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전날 밤을 새워서 그런지 멍해있었다.


크게 심호흡을 하는데

코끝으로 신선한 공기가 맴돌았다.

날씨 때문인지 깨끗했다고 해야 하나

오랜만에 느껴보는 상쾌함이었다.


준비한 사탕과 편지가 들은

종이가방을 들고 건물 앞에

서있었다.

초조했다.

구멍이 있다면 숨고 싶었다.


1초가 1시간 같다는 말을

반증할 정도로 역설이었다.

1시간이 1초 같았다.


이미 고장 나있었다.


느껴지지도 않을 정도로

비는 또 내렸고 조금 더

빗방울이 굵어지더니

첫사랑이 건물에서 나왔다.


오랜만에 첫사랑을 보니

또 마법이었다.

시공간이 허물어지고

그 사람만 보이게 하는 마법,

이미 우주를 벗어나

중력이 없는 곳을

둥둥 떠다니는 것만 같았다.


멍하게 쳐다만 보다가

눈이 마주쳤다.

왼손에 있던 종이가방을 앞세워 다가갔다.


“이거.. 사탕인데, 안에 편지가 있어요

잘 읽어보세요

집에서 혼자 있을 때 읽어보세요”


말이 술술 나왔다.

스스로도 놀랐다.


‘말을 이렇게나 잘하다니?’


그동안 알게 모르게

무의식도 그렇고

첫사랑으로 힘들었으니

오늘로부터 첫사랑에게서

벗어날 수 있다고 여기니

나도 모르게 말이 술술 나왔는지

아직도 의문이다.


첫사랑은 말없이

눈을 마주쳤는데

살짝 미소를 짓더니

가만히 있었다.


예측한 시나리오엔 이런 반응은 없었다.


뇌는 대혼란을 겪고

우주를 벗어나

중력이 없는 곳에서

순간이동해서 우주에

그것도 지구에

그것도 경상도에

이. 곳. 에 내 두 다리가

첫사랑 앞에서

화이트데이에 사탕고백을!

인지가 0.1초 만에 되었다.


소프트웨어는 업그레이드가 되었는데

이 놈의 본체인 몸뚱이가

움직여지지 않았다.


‘뭘 하려고 그러는 거지?’


얼굴을 이렇게나 빤히 자세히 보기는 처음이었다.



-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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