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 1-2

44화

by 무유

44화 가면 1-2



그런 생각을 했다.


나의 선택에 따라서

일어날 일이


달라진다에 가정하여


그때 그러지 않았더라면

지금은 달라졌을까?


어떻게 되었을까?


더 나은 선택을 했을까?




찾은 답은 똑같았다.



그때의 나는 최선을 선택했다고,



타인머신이 생겨서

다시 돌아간다해도


같은 선택을 했고


그 선택을 못하더라도

돌고 돌아 다시 선택하게 될거라고,



일어나야 할 일은

일어나고



그 시간이 짧고 길뿐,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후회하지 않은 삶이 있을까?


우연 같아 보이지만

서로의 길 위에 만날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이 있다.








전편에서 이야기를 이어가자면



그 아이는 사회성이 없는 것도 아닌데

말이 없고 조용했다.


뭔가 범접할 수 없는 기가 느껴졌다.

친하게 지내고 싶은

마음이 안 든다고 해야하나,


친구가 필요없어 보이는 아이였다.


늘 단정했고 강단있는 무표정에

조용하고 잘 웃지 않았다.


잘 눈에 가지도 않아서

그 아이의 뒤에 있는

엄마의 존재를 인식만 했고


엄마가 딸이 소중해서 같이 있고 싶나보다

그 생각에 머물었다.


학교에서 진행하는 방과후 수업

플룻수업을 들었는데

말만 방과후수업이지

학교 정규시간 전에 듣는 수업이었다.


미술실에서 수업을 하였는데

그래도

플룻에 흥미를 느껴

아침일찍 눈이 떠져 즐겁게 들었다.


어느 곡이나 다 부를 수 있고

빠르게도

숨을 길게 뻗는 것도

너무나 쉽고


풍채가 크고 무섭게 생긴 외모와 다르게

정갈하고 차분히 알려주는

외부 남자 선생님이

예민하지 않아서 좋았다.


어느 날,

그 여자아이도 같이 듣게 되었는데

별 생각없었다.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잘 키는 실력만큼

플룻 실력은 늘지 않았다.


호흡도 불안정하고

자신감도 없어보이고


내가 플룻을 불때마다

그 아이의 시선이 느껴졌는데

그러려니했다.


얼마 안가서 그 수업중 뒤에

그 여자애의 엄마가

서서 같이 수업을 들었다.


이상했지만

저 엄마 눈에는

저 아이가 엄청나게

애기애기한가 보다했다.


선생님이 혼자 불러보라했고

무슨 곡인지 기억은 안 나지만

혼자 플룻을 부르고 앉았다.


아무말없이 놀라있는 표정에


‘역쉬 나야’


자신감이 넘쳐 흘렸다.

그때 느꼈다.


플룻 부는 게,

특별한 재능이 있을 수도 있겠다고,


집에 가서 피아노로는 안되던

휘항찬란한 곡을 연주했다.


왕벌의 비행이라고

피아노로는 절대 안되던 곡이

입으로는 되는 게 재미있었다.


숨이 막히는데도 웃음이 터져나왔다.


다음 수업에서는


플룻 첫수업에서나 하는

이론수업이 진행되었고


플룻 만지는 법,

플룻을 연결하는 법,

부는 법을 알려줬는데


모두 플룻을 분리하라했고

나역시도 분리하려던 참이었다.


잘 말하던 선생님이

입이 멈추었다.


교실 뒤

교복와 가까운 창문에

눈이 고정되었다.


‘왜 저러지? 누가 있나?’


뒤를 확인하니

그 여자아이의 엄마가

무서운 얼굴로 서 있었다.


그 엄마가 쳐다본 사람은

선생님이 아니라

나였다.


그 아이의 엄마와 눈이 마주치자

그대로 얼어붙었다.


그 선생님은

저벅저벅 다가와

나의 플룻을 미술실 앞에 있는

개수대로 가더니

물을 콸콸 틀고 그대로 씼어버렸다.


그리고는 플룻을 분리하여

입대는 중요한 부분에

물을 털어내고

다시 콸콸 떨어지는 물에 대더니


플룻은 이렇게 씻어야 한다고 했다.




거짓말이었다.





플룻을 물로 씻으면

녹이 쓸어 못쓰게 된다.


전용 약품을 가지고

부드러운 천으로

살살 닦아야 하는데,


그 물이 흥건한 플룻을

나에게 넘겨주고


그 여자아이만 빼고

모두 한 줄로 서서

콸콸 흐르는 물에 플룻을 씻었다.


젖어 있는 플룻을 보니

손이 떨렸다.


화가 미친듯이 나면서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단념할 수밖에 없었다.


플룻에서는 예전처럼

맑은 소리가 나오지 않았고


당연하게도

맑은 소리를 잃고

고장이 났다.



슬픈데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감정에 솔직했는데

가면을 쓰니 나조차도 숨겨졌다.


엄마에게 말을 하지 않았다.

말을 할수가 없었다.


그리고

다음 수업에서는

그 아이가 나오지 않았다.


피아노학원에서

플룻수업을 받는 걸 봤고

피아노학원에 발길을 끊었다.


한참이 지난 지금,


30대이어도

그날이 충격적이었는지


피아노학원이 꿈에 한번씩 나왔었다.


어린 몸에 아무것도 할 수없는 나로

그날의 모습을 하고

멈춘 채로 나오면

덤덤해진다.


일반 초등학교였고

음악선생님이 되고 싶은 마음도 없었고


그땐,

떡볶이장사가 꿈이었는데


다 큰 성인이

그것도, 나와 동갑인 딸을

둔 엄마가

질투와 시기로

더러운 돈을 먹여

어린 아이를 짓밟았다.


지금의 나였으면

그때도 학부모 커뮤니티가 있었는데

고발하고

끝까지 쫓아가

사과를 받아냈을건데!



가면을 쓰고

얼어붙어 있는 어린 나,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예전 기억이 떠오를때면


오랫동안 좋아했던

동갑내기가 같이 떠오른다.


나대신 씩씩대며 화를 내주는

그 동갑내기가…


-다음 편에 계속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