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년간 졸피뎀 관련 사건 사고가 늘었다는 건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죠. 2019년엔 '고유정'의 전 남편 살해 정황에 졸피뎀이 등장하여 화제가 되었습니다. 2020년 8월 식약처가 의료용 마약류 졸피뎀의 안전사용기준을 수정 배포했는데요, 졸피뎀을 처방받는 분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어 수면제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습니다.
안전 사용 기준에 따르면 졸피뎀은 하루 10mg을 초과 처방하지 않아야 하고, 남용 의존성 위험성으로 치료 기간은 4주 이내로 권고하고 있습니다.
글쓴이가 신경과 진료 시에도 졸피뎀 같은 수면제를 처방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요, 약의 효과보다 부작용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고령자 분들이 졸피뎀을 복용하고 수면 시 이상 행동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본인은 전혀 인지하지 못하기에 독거노인분들에게 더 많이 문제가 되었죠. 어떤 치매 환자분은 졸피뎀을 복용할 때마다 냉장고를 열어 폭식을 했는데, 가족들이 치매 증상으로 오인했던 경우였어요. 치매 환자분들이 수면제를 복용하고도 기억하지 못하고 중복해서 복용하여 항상 외래 진료 때마다 약이 부족하다고 호소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수면제는 대부분 향정신성이라 의도했던 효과 외에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므로, 주치의와 상담이 꼭 필요한 약물입니다. 가급적 단기간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나, 이 부분이 환자나 의사 모두에게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신경과 의사 입장에서 수면제의 효과의 한계, 부작용에 대해 고민을 안 할 수가 없습니다. 최근에는 향정신성 제재보다 멜라토닌 제재부터 시도하여 수면 위생 관리를 통해 불면증 인지 치료를 하는 병원이 많이 늘어났는데, 환자와 의사 모두 꾸준한 노력이 필요한 질환입니다.
불면증 인지 치료란 쉽게 말해서 상담 치료 입니다. 갑자기 수면제를 모두 끊을 수 있다는 비현실적 목표를 제시하는게 아니고, 불면증의 근본 원인을 개별화시켜 같이 해결하는 과정입니다. 그 과정에서 수면제를 서서히 줄이며 의존도를 없애게 되는 것이죠.
수면제를 어떤 경우에서든 절대 피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급성 스트레스나 우울증으로 인한 불면증, 시차 증후군, 교대 근무로 인한 불면증 등의 경우에서는 수면제가 효과적인 치료제라 적절한 처방과 함께 사용을 권합니다. 급성 불면증은 오히려 치료가 잘 됩니다.
주치의와 상담 이후에도 향정신성 수면제가 꼭 필요한 경우라면, 꼭 염두해야 할 부분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다음날까지 과다 졸림증, 어지럼증이 이어지는 경우가 있으므로 수면제 복용 다음날에는 운전이나 안전과 직결된 위험 업무 등을 피해야 합니다. 또한 젊은 분들은 약을 잠들기 몇 시간 전에 미리 복용하고 다른 업무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비몽사몽간에 사고가 일어날 수 있어 위험합니다.
그리고 많은 환자분들이 수면제를 임의로 쪼개서 복용하거나, 줄였다가 새벽에 추가로 복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로 인해 반동 불면증이 심해지고 수면제에 대한 신체적, 심리적 의존성을 강화시킬 수 있어 위험합니다. 수면제를 줄이고 싶어도 꼭 상의해서 스케줄대로 줄여주세요!
마지막으로 최근 환자분들이 치매-불면증-수면제의 관련성에 대해 질문을 많이 하시는데요, 아직까지 연구 중이지만 벤조디아제핀 계열(향정신성) 수면제를 5년 이상 장기간 복용할 경우 기억 장애의 위험도가 높아진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수면제로 인해 치매가 악화되는지, 불면증의 근본 원인인 만성 우울증 같은 경우 때문에 치매가 발생하는 것인지는 진료실에서, 연구실에서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겠습니다. 치매 환자의 경우 25-50% 에서 과다 수면 혹은 불면증을 호소하는데, 치매 환자의 수면 관리에 관해 향후 말씀드리겠습니다.
실제 불면증 인지 치료를 시행해본 경험으로는 급성이든 만성이든 모든 불면증 환자분들에게 이 인지 치료를 권합니다. 인지 치료 시 가장 소득이 컸던 부분은, 환자분들이 본인의 불면증의 근본 원인에 더 많이 관심을 갖게 된 것입니다.자신의 스토리를 주치의와 나누면서, 단지 수면제 뒤에 숨지 않고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재발견하는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수면제에 대한 편견은 버리되, 수면제와 주객 전도가 되지 않는 해결의 주체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