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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주기적으로 빙빙 도는데 어쩌죠?  

이석증이 자주 재발하여 괴로운 분들을 위하여


어지럼증을 한 번이라도 겪어본 분들은 이석증의 존재를 다 압니다.

이석증이 귀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달팽이관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돌이 왜 자꾸 떨어지냐, 이석증이 올 때마다 구토가 동반되니 재발될까 봐 너무 무섭다.. 공통적인 반응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이석증은 달팽이관의 문제가 아니고, 귀의 평형 담당 기관인 이석 기관과 반고리관의 문제입니다. 학교 다닐 때부터 숱하게 들어온 '달팽이관'으로 구전되고 와전된 것 같습니다.


이석증이 매년 재발하는 빈도는 연구 보고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15-55%입니다. 이석증이 재발하여 매년 신경과 클리닉을 방문하는 분들이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스트레스, 카페인 섭취 등의 환경적 요인이 이석증의 발병 자체를 증가시켰거나, 아니면 이석증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의 증가로 진료실로 제때 방문하시는 분들이 늘어났을 것입니다. 어쨌거나 이석증으로 인한 의료비, 사회적 비용의 증가가 크고, 재발을 예방하는 것이 그만큼 중요합니다.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이석증이 제아무리 자주 찾아온다 해도, 대단히 나쁜 놈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하는 것입니다. 일단 진단명에 'Benign(양성의 <-> Malignant)'이 들어가는 애들은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석증의 원인에 대한 연구는 지금도 행해지고 있지만, 알려진 유발 요인을 파악하면 생활 습관 교정에 도움이 됩니다. 대표적으로 알려진 유발 요인은,

나이, 머리 충격 혹은 외상, 내이(귀) 질환

이석의 퇴행성 변화, 비타민 D와 칼슘 대사 이상,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고 누워있는 경우 (예. 무릎 관절 수술 전후로 병상에 누워있는 경우)

(전자와 정반대로) 과도한 운동으로 소소한 외상이 자주 반복되는 경우


이석은 칼슘(Calcium carbonate) 덩어리로 이루어져 있고, 칼슘 대사에 문제가 있는 골다공증 환자에서 당연히 이석증이 병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할 수 있고, 최근까지 그 가정을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가 많이 나왔습니다.

이석증 환자에서 (이석증이 없는 군에 비해) 비타민 D가 결핍되는 비율이 높았다.

이석증 환자에서 골감소, 골다공증의 빈도가 높았다.

일조량의 연 변동성과 이석증 발병률이 상관관계가 있었다.(쉽게 말하면 비타민 D-일조량이 부족한 계절에 이석증이 더 잘 생기더라)

그래서 이석증이 자주 재발하는 중년 여성 환자에게 골다공증 검사, 혈액 검사로 비타민 D, 칼슘 수치 등을 체크하는 것은 거의 루틴(routine)이 되었습니다.


비타민 D 정보센터 자료


최근에서야 칼슘 대사에 관여하는 vitamin D 보충으로 BPPV 재발을 예방할 수 있다는 근거가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9월에 Neurology라는 미국의 저명한 신경과 저널에 우리나라 연구팀(대표저자 분당 서울대병원 김지수 교수님)의 결과가 실렸는데요,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전국 8개의 대학 병원에서 1000여 명의 이석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입니다. 대략 절반의 500명이 vitamin D 수치가 20 ng/mL보다 낮으면 하루에 2번 비타민 D 400IU + 칼슘 500mg을 1년간 복용하여 이석증 재발률이 통계적으로 낮아졌음을 확인하였습니다. 최근까지 이런 긍정적인 결과를 보인 대규모의 전향적 연구 결과가 없었기에 매우 의미가 커서 좋은 저널에 실린 것입니다.


Vitamin D 보충이 20-30% 정도 이석증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vitamin D 수치의 목표값에 대해서는 더 연구가 필요합니다.   



이석증의 3% 정도는 아무리 반복적으로 치료를 해도 호전이 없는 난치성입니다. 

제가 진료했던 환자분은 이석증의 위치와 성격은 매우 전형적이었으나, 이석 치환술을 30번 가까이 해도 호전이 없어 대학 병원으로 refer 했던 경우였습니다. 이런 난치성의 경우는 이석 자체의 문제보다 이석 기관 내의 병리 문제가 있을 확률이 높고 다른 특별한 치료는 아직 밝혀진 바 없습니다.

문헌상에 수술적 치료(Canal occlusion, canal plugging)에 대해 언급이 나오지만 평형 기능 상실, 난청의 위험성 등으로 실제로는 거의 하지 않습니다. 만성 어지럼증에 대한 심리적 공포로 심인성 어지럼증이 같이 동반되어 항우울제나 항불안제가 도움이 됩니다.


Canal plugging (dizziness-and-balance.com 자료)


이론적으로는 1-2주 이내 호전이 되지만 수주 이상 어지럼증이 지속되는 경우 셀프 이석 정복술(홈트레이닝처럼) 혹은, forced prolonged position 체위법 등을 교육하는 것은 도움이 됩니다.

Forced prolonged position 이란 쉽게 말해서, 밤동안 '어지럽지 않은 쪽'으로 누워서 자는 방법입니다. 단순하지만 물리적인 이유로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되지요. 모든 이석증에서 적용하는 방법은 아니기 때문에 주치의와 상의하셔야 합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저절로 호전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이석증이 오래간다고 해서 스트레스를 너무 받을 필요 없다고 말씀드립니다.


이석증의 대표적인 증상은 '체위성' 어지럼증으로, 말 그대로 머리를 움직이면 나타나는 어지럼증이기 때문에 환자들은 대부분 움직임에 대한 공포심을 갖기 마련입니다. Habituation(습관화)을 통해서 새로운 자극(어지럼증)에 둔해지는 적응 과정을 유도합니다. 유명한 방법이 Brandt-Daroff exercise입니다. 보통 한 동작에 30초에서 1분(어지럼증이 사라질 때까지 누워있기), 하루에 10분, 1주일에 3회 정도 2주간 반복합니다. 이 운동이 치료를 대체할 수 없기에 이석 정복술 치료를 받는 게 최우선이라는 점을 잊지 마세요.  


(Pinterest.de 이미지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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