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뮌헨의 숨겨진 명소 #2

산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호의적인 장소들


뮌헨과 뮌헨 근교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지인과의 약속, 쇼핑, 병원 진료 등의 목적으로 신시청사가 있는 마리엔 광장 주변 시내로 종종 들어간다. 보통은 시내로 접근하기 위해 지하철 U-Bahn이나 S-Bahn을 타고 Odeonsplatz역이나 Marienplatz 역에서 내려 들어간다. Odeonsplatz (오데온 광장)의 동쪽에는 뮌헨 레지덴츠가 자리하여 영국 정원과 연결되어있고, 오데온 광장의 남쪽이자 정면에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펠트헤른할레(Feldherrnhalle)가 눈을 사로잡는다. 물론 숨겨진 명소가 아니고 유명한 역사적 기념관이다. 원래는 루드비히 1세가 바바리안 군대의 승리를 헌정하기 위해 만들었던 곳이지만, 히틀러가 집권하기 전 시민들 앞에서 연설을 하며 군중을 선동하기 시작했던 그 무렵을 상징하는 곳이기도 하다. 현재는 시민광장의 역할을 하고 자주 데모가 열린다. 코로나 검사 센터가 바로 옆에 자리해 있다.


 시시각각 달라보이는 루드비히 거리 (C) 익명의 브레인 닥터


마리엔 광장에 접어들면 언제 봐도 화려하게 아름다운 고딕 양식의 신시청사가 눈을 즐겁게 한다. 가장 번화한 곳으로 다양한 로드샵, 브랜드샵까지 볼거리와 거리가 모여 있다. 또한 유명한 빅투알리엔 마켓이 연결되어 있어 입즐겁다. 하지만 내가 강조하고 싶은 건 뮌헨 여행객들이 누구나 가보는 이 곳이 아니다. 남쪽의 펠트헤른할레를 시작으로 북쪽을 따라 곧은 대로를 꼭 도보로 걸어봐야 한다. 북쪽으로 시원하게 뻗은 Ludwig strasse 양쪽으로 도서관, 관공서, 법원, Ludwig-Maximilians-Universitat(뮌헨 대학교, LMU) 등의 고풍스러운 건물이 자리한다. 두 개의 쌍둥이 탑을 지닌 St. Ludwig 성당이 밋밋해 보일 수 있는 대로의 라인을 더 입체적으로 만든다. Ludwig strasse의 끝은 개선문(Siegestor)이 마감한다. 뮌헨 대학교 정원에 한 쌍의 분수(Oestlicher Schalenbrunnen)가 자리하는데, 푸른색 청동빛의 그릇 사이로 커튼처럼 이중으로 물이 떨어지는 모양새가 언제 봐도 아름답다. 대로 양쪽에 놓인 인도의 폭이 매우 넓어, 자전거 전용로를 제외하고서도 수미터가 된다. Ludwig strasse를 지나 개선문을 지나면 북쪽으로 Leopold strasse가 길게 뻗는다. Leopold strasse 양쪽에 나란히 서 있는 가로수가 개선문을 수호하는 듯한 자태도 그림이다. 북쪽에서 남쪽으로 Leopold strasse-개선문-Ludwig strasse-오데온 광장(펠트헤른할레)를 연결하는 긴 대로변을 철마다, 날씨마다, 시간대마다 걸어봤다.(코로나 덕분이다) 심적 공간적 여유를 충분히 허락하는, 넓게 확보된 보도의 시야 덕분에 도보 산책이 즐거운 곳이다. 출퇴근 시간대조차 그리 붐비는 느낌이 없고, 해가 질 무렵엔 보도의 가로등마저 운치 있고 아름답다.


과하게 많이 찍었지만 또 담고 싶은 루드비히-레오폴드 거리 (C) 익명의 브레인 닥터


뮌헨의 서쪽에는 님펜부르크 궁전이 있다. 옛 바이에른 왕국의 비텔스바흐 가문의 여름 별궁으로 지어진 곳인데 이곳이 별궁이라고? 광활한 이 곳을 모두 보고자 한다면, 느릿느릿 걷는 아이들을 대동한 가족에겐 적어도 3일이 필요하다. 물론 코로나로 궁전 내 별채를 관광해보지 못했다는 점을 제외하고서도 말이다. 님펜부르크에 다 왔다고 내렸는데 도착한 게 아니다. 작은 숲(Grunwald park)이 자리하고 그곳에서 수백 미터의 물이 궁전 입구까지 흐른다. 그 물은 궁전 내 거대한 운하(Schlossgartenkanal)로 다시 이어진다. 운하 끝에 계단식으로 떨어지는 폭포(Grosse Kaskade)가 있는데 여름에 확인할 수 있다. 운하 양측으로 나란히 뻗은 산책길이 여러 갈래로 나뉜다. 깊숙이 놓인 큰 호수 (Badenburger See)까지, 갈래 별로 이어지는 산책길을 모두 걸어보아야 한다. 곧거나 굽이진 길의 특색이 모두 다르다. 철마다 다른 색에 홀려 정신없이 걷다 보면 자칫 길을 잃을 법도 하지만 결국은 다시 대운하 산책로로 이어진다. 일 년이 되도록 별채 내부를 보지 못했지만, 계절 색을 온몸으로 드러내는 한적하고 평화로운 산책로 전체를 둘러볼 가치가 분명히 있다.


님펜부르크 궁전 (C) 익명의 브레인 닥터


님펜부르크보다 서쪽에 Blutenburg Castle이 있다. 훨씬 규모가 작은데 수도원과 같이 한두 시간 정도 가볍게 산책하기 알맞다. 1400년대에 귀족의 사냥지로 지어져 30년 전쟁 이후에 재 증축되었다. 성 주변을 작은 탑들이 둘러싸고 있는데 방어 기능은 거의 없는 것 같다. 강물이 성을 휘감아 돌아가는 형세인데, 성이 물에 비치는 광경이 인상적이다. 성이 둘러싸고 있는 정원은 개방되어 있는데, 소설 <모모>와 <끝없는 이야기>로 유명한 미하엘 엔데 작가 기념 박물관이 있다. 미하엘 엔데가 뮌헨에서 가까운 가르미슈 파르텐키르헨 출신임을 이때 알았다. 초겨울에 방문하여 사진으로 미리 봤던 전경에 비해 실물이 건조하다 느꼈지만, 이 곳 또한 날씨마다 계절마다 그 느낌이 다를 것이라 생각된다.


Blutenburg Castle (C) 익명의 브레인 닥터


님펜부르크 남쪽에 뮌헨에서 유명하고 규모가 월등하게 큰 묘지공원(Aussegnungshalle Waldfriedhof)이 있다. 동서남북 묘지공원과 달리 묘지공원 앞에 숲이라는 Wald 단어가 붙어있어 독일의 숲을 상상하며 갔는데 기대 이상으로 아름답고 인상적인 곳이었다. 이런 곳을 내가 발견했다니, 계 탄 기분이었다. 이곳은 1907년에 만들어진 곳으로, 워낙 넓어서 old part (Alter Teil)new part(Neuer Teil)로 나뉘는데 하루에 다 둘러보기 어렵다. 당시에 위정자들과 건축가들은 이 곳을 단순한 묘지 이상으로 만들길 원했던 것 같다. 다른 묘지공원들은 그 본연의 기능에 더 충실했는데, 이 곳은 묘지라기보다 시민의 쉼터, 숲 공원의 느낌이 훨씬 강했다. 숲 길을 감싸듯이 높이 솟아오른 침엽수에 쌓인 함박눈을 바라보며 연신 감동을 받았다. 평일 오후였는데 거대한 공원에서 마주한 사람이 서너 명 밖에 되지 않았고, 눈 덮인 세상에 우리 가족밖에 없는 것 같은 세상 고요한 평온함을 느끼게 해 주어 감사한 곳이었다. 산 자와 죽은 이, 자연이 삼자대면하기 이보다 훌륭한 곳이 있을까, 대도시 한복판에 숨을 불어넣어주는 오아시스 같은 공간이었다. 마음이 복잡할 때마다 또 찾아가야겠다.

 

Waldfriedhof, 도심의 오아시스 (C) 익명의 브레인 닥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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