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브런치북을 발행했다.

생각보다 더 부끄럽다.

by Sonia

어린 시절, 나는 책을 많이 읽었다. 밥을 먹으면서도 책을 읽었고, 길을 걸으면서도 읽었다. 우울하고 불행하던 시간을 책 읽기로 채웠다.

두꺼운 책을 손에 쥐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책을 읽는 내내 방공호 같은 피난처 속에 안전히 들어가 앉아있는 것 같았다. 몇 장 남지 않았을 때는 아끼고 아껴서 읽었다. 다음 책을 정하기 전까지는.

다행히 우리 집 책장에는 책이 꽤 많았다. 엄마 역시 늘 책을 손에 쥐고 계셨으니까.

화장실에는 다이제스트 같은 얇은 잡지들이 늘 놓여있었고, 집안 곳곳에 자리한 책장에는 가로로 세로로 책들이 누워있었다.


언젠가 메리 엘리자베스 브라운의 이야기를 담은 '도서관'이라는 그림책을 읽으면서 공감이 가기도 하고, 부럽기도 한 감정이 들었다. 하루 종일 읽고, 혼자 읽고, 같이 읽고, 또 읽다가 책 속에 산더미 같이 파묻힌 메리 엘리자베스 브라운! 나도 그녀처럼 이미 읽은 책으로 도서관을 만들 만큼 책을 많이 가지고, 많이 읽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책을 많이 읽고, 많이 가지는 것을 넘어 언제부턴가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어렸을 적부터 어렴풋이 누군가에게는 책이라는 것이 큰 위로가 된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글쓰기를 제대로 배워보고 싶었지만 여건이 되지 않았는데, 한달어스라는 30일 실천기록 커뮤니티에 가입을 한 이후 브런치 작가에 도전을 하고, 매일 글쓰기를 하면서 나름대로 여러 가지 시도들을 해보고 있다.


브런치에서 처음 작가 승인 메일을 받던 날을 기억한다. '작가님'이라는 호칭이 어찌나 낯설고 반갑고 행복하던지! 감사했던 작가 선정 이후 그동안에는 그저 글을 쓰고, 작가의 서랍에 두었다가 발행하는 시간을 보냈다면, 이제는 조금 더 책임감 있는 글쓰기에 도전해보려 한다. 어젯밤, 첫 브런치 북을 발행했다.

사실 브런치 작가가 되면, 일정한 분량의 글만 모여지면 발행할 수 있는 것이 브런치 북이기는 하지만, 고민 많았던 첫 책을 발행하며 조금 더 작가로서의 삶에 다가가 보기로 한다. 일기나 넋두리가 아니라 '독자'를 염두에 둔 글쓰기. 사실, 첫 책은 여전히 그 경계에 있다. 읽어주었으면 하는 대상이 있지만 여전히 나의 글은 나를 위로하는데 머무르는 글인 것을 안다. 하지만 기대어 쓴 노래들이 너무나 좋기에 노래들을 소개한다는 마음으로 용기를 내었다. 생각보다 더 부끄럽다. 이 부끄러움을 동력 삼아 좋은 글들을 쓰도록 노력해야겠다.


부끄럽지만 소중한 나의 첫 브런치 북, 안녕!

다음 브런치 북은 조금 더 책 같은, 독자를 더욱 염두에 둔 책으로 발행할 것을 다짐해보며.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는 두꺼운 책도 쓸 수 있기를 기대하며.

한 분에게라도 이 브런치 북이, 혹은 글 하나가 위로가 되기를 기도하며.


https://brunch.co.kr/brunchbook/songofso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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