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겨진 하루 | 이승윤

오늘은 정말 쭈굴쭈굴한 날이었다.

by Sonia

구겨진 하루

작사/작곡 | 이승윤


구겨진 하루를 가지고 집에 와요

매일 밤 다려야만 잠에 들 수 있어요

종일 적어내렸던 구구절절한 일기는

손으로 가려야만 진실할 수 있어요


거짓말이 시들은 어스름에

쉬이 머물던 약속은 먼저 자릴 뜨네요

성에가 낀 창문에 불어넣은 입김은

생각보다도 금방 식어 버렸죠 그렇게


내 야위어 가는 마음은 어디에 심죠

내가 이어 붙인 눈물은


화창한 하늘 아래서 우리는

한참을 무엇을 기른 걸까요

온도가 시작되는 곳에서

눈도 길을 잃은 걸까요


구겨진 하루를 가지고 집에 와요

매일 밤 다려야만 잠에 들 수 있어요

종일 적어내렸던 구구절절한 일기는

손으로 가려야만 진실할 수 있어요


손바닥에 새겨진 아픔까지 잡았던 손을

생각보다 금방 놓아 버렸어요

손장갑을 끼지 않아도 움켜쥘 수 있다고

자신했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네 야위어 가는 마음은 어디에 묻죠

네가 이어받은 눈물은


화창한 하늘 아래서 우리는

한참을 무엇을 기른 걸까요

온도가 시작되는 곳에서

눈도 길을 잃은 걸까요


구겨진 하루를 가지고 집에 와요

매일 밤 다려야만 잠에 들 수 있어요

종일 적어내렸던 구구절절한 일기는

손으로 가려야만 진실할 수 있어요




오늘은 줌 기업 강의가 있는 날이었다.

오랜 시간 해온 강의라 모든 흐름이 머리에 있고, 장표 내용도 줄줄 읊을 수 있는, 사실 조금은 편한 강의였다.

하지만 강의 시작 20여분 전에 날아온 소식으로 인해 머릿속이 하얘진 상태에서 강의를 시작하느라 하지 않던 실수를 연발했다. 강의 시간이 흐를수록 진땀 나는 순간이 쌓여갔다.


기업 강의는 강의를 마치자마자 점수가 날아온다. 물론 강사에게 직접 날아오지는 않지만, 나의 모든 점수는 차곡차곡 나를 고용한 컨설팅 회사에 쌓인다. 강의를 하다 머리가 하얘진 날엔 어김없이 회사에서 전화가 왔다.


선생님, 오늘은 콘텐츠 점수가 낮으시네요.


매일매일 평가받는, 그 평가가 바로 다음 강의를 받느냐 마느냐로 이어지는 거친 HRD 세상. 이런 말을 처음 들은 날에는 콘텐츠는 내가 만든 게 아님에도, 딜리버리 강의에 내 재량껏 조금의 수정과 추가로 진행하는 강의임에도 콘텐츠 점수가 낮을 때는 장표의 문제일까, 내 문제일까, 조금 억울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여하튼, 오늘은 무조건 전화가 오겠다는 촉이 왔다.

(다행히(?) 전화가 오진 않았는데 아직 방심하긴 이르다.)


강의를 하면서 점점 마음이 쭈굴쭈굴해졌다. 강의를 마치고 친구와 전화통화를 하면서도 또 쭈굴쭈굴 해지는 마음. 한바탕 울고 나니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아직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에 여전히 마음 한 구석이 쪼그라들어 있다.

통화를 하던 중 친구가 말했다.


모든 것을 다 잘하려고 하지 마.
모든 사람이 다 네 맘 같지는 않아.

누군가 조금 더 빛났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건넨 위로나, 제안이나, 추천이 오히려 문젯거리가 되어버릴 때는 정말 마음이 너무 힘들어진다.

나의 최선이 누군가에게 최악이 되어버릴 때, 나의 의도와는 전혀 상관없는 방향으로 상황이 전개될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리가 하얘진다.


모두 다 내 맘 같기를 바라지는 않지만, 적어도 내 의도가 상대방을 위한 것이었음을 알아주었으면 했나 보다. 그래서 퍼부어진 마음으로 인해 너무 쭈굴쭈굴해졌나 보다.

어쩌면 '나는 오해받으면 안 돼'라는 마음이 내면에 자리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오해받을 수 있어.
내 의도를 이해받지 못할 수도 있어.
그러다 보면 사람들이 미워할 수도 있어.


다시 한번 되뇌며 정신을 차려본다. 나는 모든 일을 당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삶을 사는 사람인 것을. '그러면 안 되는' 것은 없다는 것을.

이미 엎질러진 물을 주워 담을 수는 없지만 이제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고민을 시작해야겠다. 쭈굴쭈굴한 마음은 조금만 더 가지고 있다가 자기 전엔 이 노래를 들으며 다림질을 해야겠다.

구겨진 하루, 오늘은 이 노래가 있어서 너무 다행이다. 나의 쭈굴쭈굴해진 하루를 다려주는 노래. 잠들기 전까지 자꾸자꾸 듣고 펴고 자야지.



[함께 들어요]

https://youtu.be/a-SEnbrIC6k

EP [구겨진 하루를] 3번 트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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