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 숨비

아홉 살, 처음 기타를 가르쳐 준 아빠를 위한 노래

by Sonia

아빠

작사/작곡 | 숨비


난 아홉 살 때까지 우리 집에

기타가 있다는 것도 몰랐어

베란다에 가서 물건을 뒤지다

처음 보는 기타를 꺼내봤어

아빤 오랜만에 쳐본다며

먼지를 털고 기타를 치다

신기해하며 아빨 보는 나에게

도레미를 가르쳐줬어

조그만 손가락으로 아파도

꾹꾹 눌러냈던 그때의 나

그리고 어느새 아빠에게 난 노랠 불러주네

어릴 땐 아빠가 멋있게만 보였어

나 지금은 그대가 가끔 귀여워

단 둘이 있을 땐 말이 많지 않아도

조금씩 주고받는 농담이 더 좋아

조그만 손가락으로 아파도

꾹꾹 눌러냈던 그때의 나

그리고 어느새 아빠에게 난 노랠 불러주네



음악가 숨비.

도레미를 치던 손으로 아름다운 기타를 연주하며 따뜻한 음색으로 노래를 하는 숨비는 제주도의 해녀들이 물질을 하고 밖으로 나오며 내뱉는 숨소리 '숨비소리'에서 온 이름이다.

바닷속을 유영하며 누군가를 살리기 위한 물질을 한 후 숨이 턱까지 차오를 때 물 위로 올라와 노래하듯 내뿜는 휘파람, 숨비소리는 살아있다는 소리, 살리는 소리이다.


숨비는 자신의 노래를 듣는 이들에게 '숨을 내어주는' 존재이고 싶다고 한다.

'아빠'를 처음 들었을 때, 그녀의 바람은 이루어졌다.

아홉 살 사랑스러운 딸이 아빠의 기타를, 기타 치는 아빠를 신기하게 바라볼 때 아빠의 마음은 얼마나 간질간질했을까.

내가 연주하던 악기를 고사리 같은 손으로 도, 레, 미 연주하는 딸아이를 바라보는 마음은 어떠셨을까.


사실 내게 아빠에 대한 기억은 그다지 좋지 못하다.

첼로를 전공하던 시절 아빠와의 첼로 레슨 시간은 단 한순간도 행복하게 마쳐지지 못했다.

내가 화를 내거나, 아빠가 화를 내거나.

유학길에 오르기 전까지 '온전한 한 시간'을 채우지 못했던 나의 레슨 시간.

아마 서로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컸기 때문일까.

살가운 아빠, 따스한 눈빛으로 나의 연주를 바라봐 주었으면 하는 마음은 내가 더 잘하기를 바라는 아빠의 기대 앞에 무너졌고, 나를 자랑스럽게 만들고 싶은 아빠의 마음은 아빠가 더 친절하기를 바라는 나의 기대 앞에 무너졌다.


싱어송라이터 숨비의 '아빠'는 내 어린 시절의 바람을 그대로 담고 있었다.

아빠의 악기와 아빠를 신기하게 바라보는 눈빛, 자신의 기타를 도, 레, 미 연주하는 딸을 바라보는 아빠의 눈빛, 그리고 멋지게 자라 아빠를 위해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딸이 다시 아빠를 바라보는 눈빛..

그 눈빛들과 마음을 상상하면서 나의 과거의 기억들이 따스하게 덮이는 기분을 느꼈다.

숨비의 노래가 내 마음에 숨을 내어주고, 과거의 내가 그 숨을 받아 호흡하는 것 같았다.


아픈 시간들을 거쳐 이제 다시 아빠에게 레슨을 받게 된 나.

나도 이제 숨비의 눈빛으로 아빠를 위해 연주해야지.

암 투병하며 지쳐가시는 아빠에게 숨비소리가 되어야지.

멋진 아티스트, 숨비를 닮아봐야지..



[아빠에게 다시 첼로 레슨을 시작한 이야기]

https://brunch.co.kr/@gnade1018/8

[함께 읽기]

https://brunch.co.kr/@unlook/12

https://blog.naver.com/dior_sa/222517690206

[함께 듣기]

https://youtu.be/52w3HabMYhA

210320 숨비(Soombee) - 아빠 @유재하경연대회기념공연 , CJ아지트 광흥창

https://youtu.be/fPsCOjTGy3k

20210926 숨비(Soombee) - 아빠 @Unlook 기획공연


https://youtu.be/IXNlLY8WKm8

숨비 - 아빠 181108 오픈마이크


https://youtu.be/YRRs-Wt9AjU

20180917 숨비 '아빠' 오픈마이크 @Cafe Unplug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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