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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nia Mar 24. 2022

코로나 확진, 그리고 비대면 강의.

일하고 일하고 사랑을 하고

이번 월요일 드디어(?) 우리 집에도 코로나가 상륙했다.

점점 포위되는 것 같더니 결국에는 침범을 당했다.

아니, 어쩌면 코로나는 이제 우리에게 일상 같은 것으로 생각해야 하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삶은 원래부터 전쟁터였으니.


우리 집에 들어온 바이러스가 어디서부터 온 것인지도 알 수가 없다.

첫째가 열이 나서 시작되었는데, 첫째는 주말 내내 나간 곳이 없다.

알고 보니 지난 주간 둘째 학교 선생님이 확진이 되셨다고 하는데 둘째는 증상이 없었고,

결국 내게 증상이 시작되어 온 가족이 검사를 해보니 나도, 둘째도, 첫째도 확진.

그런데 또 선생님으로부터 왔다고 하기엔 애매한 구석들도 많다.

어쨌든, 다행히(?) 애들 아빠는 음성이어서 밖으로 내보내고 셋의 삶이 시작 되었다.

아빠가 우리 집의 쿠팡 맨이 되어주길 바라며.


약을 가져오려고 해도 우리는 나갈 수가 없고,

뭘 사 오려 해도 배달 밖에는 답이 없으니

그럼에도 누구 한 명이 움직여주는 게 참 감사한 상황이다.



오늘은 비대면 강의로 S시 분들을 만났다.

지난주에는 B시, 이번 주에는 S시.

올해부터 고용센터에서 커뮤니케이션 수업을 맡아하게 되었다.


집에서, 내 자리에 앉아,

코로나 확진자임에도 불구하고

이곳저곳에 계신 분들을 만날 수 있는 경험.

참으로 생각지도 못한 경험이다.

왠지 동지애가 끓어오르고, 살아있다는 것이 새삼 놀랍다.



몸은 어제보다 나은 것 같기도

조금 더 아픈 것 같기도 하다.

기침은 줄었지만 심장 뛰는 소리가 크게 들린다.

코는 편해졌지만 귀가 잘 들리지 않는 느낌이다.


하루하루 예측할 수 없지만,

이제 작은 바이러스 앞에서 내 몸 하나 내 맘대로 할 수 없지만

오늘도 하루를 시작했다.

감사히.

새로이 주어진 생명에 감사하면서.

혹은 아직 유지되는 생명에 놀라면서.

매일매일을 꾹꾹 밟으며,

그렇게 하루를 채워간다.



오늘 강의에서 만났던 모든 분들께

아주 조금이나마 기억되는 하루였기를 바라는 마음.

단 두 시간에 무엇을 바꿀 수 없지만

다시 구직의 여행을 떠날 때 작은 위로가 되셨기를 두 손 모아 바란다.



코로나로, 혹은 다른 일들로 힘드신 모든 분들

꼭 살아주시기를.

전하고픈 마음을 마음 깊이 존경하고 아끼는 최지인 시인의 글로 대신한다.




일하고

일하고

사랑을 하고

끝끝내

살아간다는 것을


최지인 2집 『일하고 일하고 사랑을 하고』

제2부 「이것도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068 <컨베이어> 중 발췌



우리는 죽지 말자 제발

살아있자


최지인 2집 『일하고 일하고 사랑을 하고』

제3부 「우리는 죽지 말자 제발 살아 있자」 134 <제대로 살고 있음> 발췌


#언룩 #unlook #시 #에세이 #일하고일하고사랑을하고 #최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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