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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nia Sep 22. 2023

로마에서의 걷기 대행진

글감: 가장 많이 걸어본 기억은?

#14일차
살면서 제일 많이 걸어본 기억은 스무 살에 했던 처음이자 마지막인 배낭여행 때다.
나는 독일에 유학 중이고 내 친구는 재수 중이던 해, 잠시 귀국했다 친구를 데리고 독일로 함께 갔다.
우리의 여행 루트는 스위스 베른, 루체른, 이태리 로마, 오스트리아 비엔나로 정했고, 본격적인 여행 시작 전 독일의 밀텐베르크에 갔었다.

계속 많이 걸었지만 하루에 가장 많이 걸었던 곳은 로마였다. 아침 8시에 집에서 출발해 로마 시내를 내내 걸어서 돌아다녔다. 트레비, 판테온, 스페인 광장, 진실의 입은 생각보다 옹기종기 모여있었지만 걸어서만 내내 다니기엔 꽤나 멀었다. 중간중간 만난 트레비 바로 옆 젤라또 집, 판테온 앞 유리공예 집, 떼르미니 안 조각피자집이 아니었다면 정말 힘들었을 테다.

하루 종일 걷다 떼르미니에서 파는 얼굴만 한 조각피자를 하나씩 들고 지쳐 작은 호텔방에 들어온 건 거의 밤 10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나중에서야 우린 로마 시티 투어 버스라는 게 있다는 걸 알았다. 하루 종일 걸어서 다닌 시간이 허탈한 마음이 잠시 들었지만, 만약 다시 똑같은 상황이 주어진다고 해도 우린 걷는 것을 택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그때는 멋 부리기 혹은 너무 서로를 배려하기보단 조금 더 편한 운동화를 신고 다리가 아플 때는 아프다고 말할 수 있다면 좋겠다.
그리운 시간들.
그때가 그리운 만큼 매일을 붙잡고 누리며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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