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었던 기억을 떠올리다
네가 옥이 딸이냐 갈 때마다 물으시던 외할아버지 집에선 기름 냄새가 났다.
부뚜막에 수북이 쌓여 있던 누룽지 튀김은 찬 식혜랑 같이 먹었다.
학교에서 집에 오면 가방 던질 새도 없이
빈 깡통에 밥을 담아 골목마다 할머니 심부름을 다녔다는 우리 엄마는
마당 구석 펌프에서 손을 자주 씻었다 했다.
종로 5가 모퉁이에 서 있던 큰 2층 서점, 불광동 긴 니은자 집.
창가에서 턱 괴고 거리 퍼레이드를 한없이 바라보았던 옥이의 놀이터는 책들과 함께 사라졌다.
옥이는 20일 남짓 잠시 집에 돌아온 딸을 위해 아침을 지었다.
이불속에 누워 눈만 도록도록 굴렸던 건 부엌에서 나던 기름 냄새 때문이었다.
소리 내어 함께 읽기 프로그램에서 백석의 <사슴>을 읽게 되었다.
오늘 읽은 가즈랑집, 여우난골족 두 편의 시가 잊었던 어릴 적의 기억을 소환했다.
백석이 초대한 빈 의자에 앉아 어린 기억을 여행했다.
시를 읽고 쓴 부끄러운 단상을 나누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