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 뒤의 씁쓸함에 대하여
한바탕 웃고 떠들고 윷놀이를 하고 돌아서면 또 먹어서 이틀 째 소화되지 않는 배를 부여잡고 깔깔거리다 욱여넣어주신 명절 음식들을 가지고 집에 도착했다. 정리를 하려고 꺼내보니 급히 넣어주신 닭강정이 쏟아져 나와 여기저기 묻어있었다.
사별 후 재혼하신 어머님으로 인해 우리는 갑작스레 외동에서 막내가 되었다. 어머님이 다른 집에 시집가신 거니 안 가도 된다는 주변인들의 만류에 마음을 기울이고 싶은 생각도 컸지만 외롭고 쓸쓸할 어머님을 생각하면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
아픈 손을 달래 가며 설거지를 하고 자잘한 음식 준비를 하다 문득 스치는 슬픔을 무시하며 애써 우스개로 넘어가는 시간들. 그들 속에 섞일 수 없는 섬 같은 우리 가족.
같은 나라 사람이지만 언어도, 문화도, 생각의 흐름도, 분노와 웃음의 지점도 다른 상황이 늘 쉽지 않다.
싫어도 웃고, 슬퍼도 웃고, 불편해도 웃다 오는 시간들이 쌓인다. 여기저기 묻은 닭강정 같은 감정들을 쓸어 담아 뚜껑을 덮는다.
다음 명절에도 똑같을 거라는 사실이 슬프다. 그럼에도 어머님이 기뻤다, 즐거웠다 말씀하시니 그거면 되었다. 더 착한 며느리면 좋으련만. 부족한 나 때문에 또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