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처드소, 야야 바지 처올리라
어서 많이 드세요, 바지를 어서 올려 입거라
병원에서 간호하던 날
연변에서 오신 할머니의 친절한 말을 오해했던 여름밤
1948년 4월 3일 76년 전 누군가 고달피 울던 오늘의 봄
6개월 아기 울 아빠 이북에서 배밀이하던 그날의 봄
평화롭게 둘러앉아 시를 읽는 2024년 오후의 봄
청포도를 청포도로
은쟁반을 은쟁반으로
푸른 바다를 푸른 바다로
하이얀 모시수건을 하이얀 모시수건으로 읽을 수 있는
바람 벚꽃 가지에서 우는 봄 낮이 아름답고
바람 벚꽃 가지 평화로운 오늘이 부끄럽다